제282화

김원우의 눈썹 사이에는 여전히 걷히지 않는 안개가 드리워져 있었다. “지금 허가윤이 원한을 품고 있어. 그런데 네가 박유준과 이렇게 빨리 관계를 확정한다면 궁지에 몰린 허가윤은 물귀신처럼 무슨 짓이든 할 거야.” 허가윤이 인터넷에 ‘남편을 빼앗겼다’ 고 떠들어댄다면 사람들의 악플과 독기 어린 시선들은 순식간에 송서아를 무너뜨릴 것이다. 김원우가 낮은 목소리로 단언하듯 말했다. 단호한 말투였지만 그 안엔 알 수 없는 불안이 섞여 있었다. 누군가를 지키려는 사람의 목소리였다. “지금은... 박유준과 재혼할 시기가 아니야.” 그 말이 끝나자 공기마저 잠시 멈춘 듯했다. 송서아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그녀가 눈을 가늘게 뜬 채 차갑게 되물었다. “제가 방금 한 말, 못 들으셨어요?” 김원우는 놀란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 눈빛에는 억누를 수 없는 기쁨이 비쳤다. 그가 다시 확실한 답을 듣기 위해 일부러 물었다. “... 뭐라고 했는데?” 송서아는 짧은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전 분명 말했어요.” 그녀가 남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또박또박 답했다. “저는, 박유준과 결혼하지 않을 거예요.” 그 한마디가 떨어지는 순간 김원우의 시야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세상이 조용해지고, 오직 송서아의 목소리만 또렷하게 남았다. 그 한마디에 김원우의 마음속 무언가가 크게 흔들렸다. 하지만 그는 곧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래, 지금 박유준의 신분은 박서준. 법적으로는 이미 죽은 사람과 다름없지. 그러니 박유준과 결혼하지 않겠다는 건 말 그대로일 거야.’ 그가 애써 차분히 물었다. “내 말은 지금의 박유준... 그러니까, 박서준이야.” 그러자 송서아는 단호하게 말을 이어갔다. “박유준이든, 박서준이든, 저는 그들과 결혼하지 않을 거예요. 이미 불구덩이에서 한 번 뛰쳐나왔는데 미쳤다고 또 거기에 뛰어들겠어요?” 경원시는 어느덧 여름의 끝자락에 다다랐다. 하늘은 높은 대신 한결 비어 있었고 그 아래를 스치는 바람은 뜨겁지 않고 맑았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숨이 막히게 뜨거웠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