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1화
이 순간 분위기엔 어딘지 모를 비장함이 감돌았다.
송서아가 창밖을 바라보다 시선을 거두자, 김원우도 재빨리 눈을 피했다.
차는 부드럽게 구청 앞에 멈춰 섰다.
원래라면 30분으로 충분한 거리였지만, 그는 굳이 한 시간을 꽉 채워 운전했다.
마지막까지 이 순간이 조금이라도 길었으면 하는 마음이 숨어 있었다.
오늘 구청은 유난히 조용했다.
텅 빈 주차장에 드문드문 서 있는 차들이, 이별의 공간에 어울리게 스산했다.
김원우는 언제나처럼 조수석으로 돌아가 문을 열어줬다.
송서아가 안전벨트를 풀자마자, 문이 부드럽게 열렸다.
그녀는 잠시 자리에 멈춰 섰다. 김원우의 세심한 배려가 낯설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의 행동이 이제는 남편이 아닌 ‘타인의 친절’로 다가온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았다.
송서아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남자에게 인사했다.
그 말과 함께, 두 사람 사이엔 눈에 보이지 않는 경계가 생겼다.
그녀는 차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더 이상 김원우의 아내가 아니었다.
이제 그는 ‘감사해야 할 사람’이 되었고, 그녀는 ‘거리 두어야 할 사람’이 되었다.
짧은 인사가 지나간 뒤, 공기엔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김원우의 미간이 천천히 좁혀졌다.
그녀가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별말씀을.”
그가 짧게 답했다. 그 말 속엔 쓸쓸함이 섞여 있었다.
계단은 길고, 불필요하게 가팔랐다.
절반쯤 올랐을 때, 김원우가 걸음을 멈췄다.
숨이 가빠오기 전에 마음속 무언가가 먼저 터져 나왔다.
“오늘 인터넷에 떠돈 그 영상, 나도 봤어. 친구들이 보내줬거든.”
그 말에 송서아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설마... 그 영상을 본 건가? 분명 화 났을 거야.’
아무리 감정이 식었다 해도, 법적 아내가 다른 남자에게 프러포즈를 받는 영상을 본다는 건 견디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건 김원우의 체면을 짓밟고,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일이었다.
“미안해요... 그런 영상이 올라올 줄은 몰랐어요...”
송서아는 늘 그랬다. 잘못이 없어도 먼저 사과했다.
그게 그녀의 방식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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