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7화
김원우는 송서아의 속내를 그 순간 단박에 알아챘고 심지어는 박수라도 칠 기세로 흔쾌히송서아의 가방을 받아 들더니 그녀에게 건넸다.
“이 색깔은 참 근사해. 오늘 같은 자리엔 잘 어울리겠어.”
송서아는 입술 끝을 지그시 말아 미소 지었다.
만약 오늘이 정말 박유준의 기일이라면 송서아는 당연히 온통 검은 상복 차림으로 참석하는것이 마땅했다.
하지만 송서아는 남편을 잃은 여자가 아니었다.
붉은색 핸드백을 드는 것에 무슨 흠이 잡힐 리 있겠나.
김원우는 문득 의아한 듯 물었다.
“왜 치마 정장은 다른 색으로 갈아입지 않은 거지?”
송서아는 거울 속 하얀 자신을 잠시 바라보더니 고개를 돌려 김원우에게 생긋 웃어 보였다.“이 색이 나를 더 하얗게 돋보이게 하는 것 같지 않아?”
사실 송서아는 검은색이 좋아서 입은 것이지 굳이 박씨 가문의 체면을 세워주려 한 것은 아니었다.
김원우는 한 걸음 다가서더니 송서아에게 입을 맞추며 나직이 속삭였다.
“언제 네가 가장 하얗게 빛나는지 알아?”
갑작스러운 입맞춤에 송서아는 정신이 아찔해져 멍하니 고개를 흔들었다.
김원우의 목울대가 오르내리고 날카로운 눈썹과 별처럼 빛나는 눈동자 속에는 불길이 번지고 있었다.
“내 아래에 있을 때.”
박씨 가문은 늘 체면을 중시하는 집안이었다.
경사야 두말할 나위 없겠지만 기일마저도 성대하게 치러졌다.
먼저 스님을 모셔 묘원에 가서 법사를 모신 뒤 박씨 가문 별장에는 무대를 차리고 굿까지 하며 그야말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송서아는 이 장면을 보고 나지막이 비웃음을 흘렸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박씨 가문에서 죽은 아들이 무슨 누르지 못할 악귀라도 된 줄 알겠어.저렇게 큰 잔치를 벌이니.”
김원우는 롤스로이스를 세우고는 자연스럽게 송서아의 말을 이었다.
“정말, 나도 찹쌀이라도 두어 줌 뿌리고 싶어지네.”
송서아는 놀리는 듯한 김원우를 뒤돌아보았고 그는 농담할 때조차도 멋있었다.
“찹쌀로는 산 귀신은 못 쫓아낼 텐데.”
농담은 농담이었으나 김원우는 여전히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김원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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