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8화
송서아는 풋풋한 학생 같았고 김원우는 모든 수를 꿰뚫어 보는 교수처럼 보였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송서아는 김원우가 짐작한 것보다 영리했고 자신을 지키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었다. 송서아가 박씨 가문의 이 소동에 발을 들이기로 했을 때부터 송서아는 이미 악인을 상대하는 데는악인의 수법을 써야 한다는 것을 머릿속으로 그려두었다.
다만 허가윤이 이 추문을 위협으로 삼아 다시 박씨 가문으로 돌아올 줄은 생각지 못했을 뿐이다.
송서아는 불을 두려워했다.
박씨 가문이 불구덩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일단 뛰쳐나온 뒤에는 다시는 그곳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
허가윤은 단단한 쇠붙이 같은 머리를 가졌는지 불을 전혀 겁내지 않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허가윤은 자신이 결국 평범한 인간이며 불이 몸에 옮겨붙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은 듯했다.
김원우는 박씨 가문 저택을 향해 걸어가는 송서아의 뒷모습을 응시했다.
자그마한 그림자였지만 등줄기는 곧게 펴져 있었다.
송서아가 입은 저 검은색 정장은 초가을에 떨어지는 단풍잎과 어우러져 묘한 운치를 풍겼다.송서아가 고른 붉은색 가방은 단연 시선을 사로잡는 마침표였다.
섬세한 붉은색 작은 가방을 손목에 걸고 있는 모습은 그 누구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사람처럼 보였고 이 점이 김원우는 꽤 흡족했다.
시야에서 송서아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김원우는 아쉬움을 담아 시선을 거두었다.
고개를 떨구자 서현우에게서 걸려온 전화가 화면 전체를 차지하고 있었고 김원우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네 매형이 오늘 밤 경원에 도착해. 어쨌든 승진까지 했다는데 최소한 체면치레로라도 얼굴 한번 비춰주지 그래?”
정연희가 말한 매형은 물론 김서연의 남편인 차지훈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차지훈이 김씨 가문과 결혼하여 얻은 이득은 너무나 명백했다.
차지훈은 곧바로 남성에서 정치의 중심지인 경원으로 발령받았다.
앞으로의 관직 생활은 밝게 빛날 터였다.
차지훈은 예전에도 방탕하게 놀았었고 서현우 같은 경원의 바람둥이들과 친분이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