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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허가윤의 임신 소식에 박유준은 너무 흥분한 나머지 잠도 제대로 못 잤다. ‘잘 됐다! 너무 잘 됐어. 형에게 씨만 남겨주면 나도 곧 서아한테 돌아갈 수 있어.’ 한편 민채원은 허가윤의 몸 상태가 걱정돼서 강제로 병원에 입원시켰다. 문제가 생기면 즉시 의사를 찾을 수 있도록 말이다. 보다시피 민채원은 허가윤 배 속의 아이를 엄청 기대하고 있었다. 다만 지나친 기대는 자만과 자랑으로 이어졌다. 그녀는 매일 식사 자리에서 집안 가정부들과 수다를 떨었는데... “고기 들어간 음식 좀 더 만들어. 고기 좋아하면 아들, 야채 좋아하면 딸이라잖아. 우리 가윤이는 분명 아들을 가졌을 거야. 줄곧 고기만 찾더라니까. 이따가 이 제육볶음도 가져다줘야지.” 한편 송서아는 극심한 생리통으로 밥 몇 숟가락 뜨지 못하고 아랫배가 또다시 뒤틀렸다. 이제 막 자리에서 일어섰는데 박유준이 걱정스러운 눈길로 물었다. “겨우 두 숟갈 먹고 왜 일어나요? 입맛에 안 맞아요?” 송서아는 실소를 터트릴 뻔했다. 이제 와서 웬 걱정? 웃기지도 않았다. 가정부들은 민채원에게 잘 보이려고 죄다 고기가 들어간 음식만 만들다 보니 기름져 죽을 지경이었다. 담백한 걸 좋아하는 송서아는 생리 때라 입맛이 더 까다로울 터였다. 그녀를 제일 잘 아는 박유준이면서 일부러 모르는 척 입맛에 안 맞냐고 묻고 있다니. 송서아는 이 남자가 점점 더 역겨웠다. ‘젠장, 토 나와!’ “맛있으면 많이 드시던가요.” 그녀는 이 말만 남기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계단을 올라갔다. 주방에는 썩 언짢은 표정의 박유준과 민채원만 남았다. “쯧쯧, 꼬였어 정말. 가윤이가 임신한 게 그렇게 배 아파? 어딜 버릇없이 아무한테나 제멋대로 쏘아붙이는 거야? 교양 떨어져 정말.” 민채원은 허가윤을 위해 직접 제육볶음을 도시락에 쌌다. 그녀는 송서아를 욕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대가 끊길 위기에 놓인 박씨 일가가 이제 곧 손주를 맞이하게 된다면서 입이 귀에 걸릴 지경이었다. 활짝 웃으니 입가에 잔주름도 몇 개 더 늘어난 듯했다. 박유준은 입맛이 떨어져서 수저를 내려놓고 나선형 계단을 올려다보았다. 사라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 남자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한밤중, 송서아는 진통제를 삼키고 약효 덕분에 이제 겨우 잠들려고 하는데 문밖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문이 열리고 검은 형체가 비스듬히 안으로 들어왔다. 깜짝 놀라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다름 아닌 박유준이었다! 그는 따뜻한 대추차를 들고 있었다. 송서아는 대추 맛이 싫어서 줄곧 대추차를 거부해왔다. 하지만 박유준이 생리 때마다 손수 끓여주니 그 정성에 감동하여 코를 막고 억지로 삼켰다. 또다시 역겨운 대추차 냄새가 코를 찔렀고 속이 마구 울렁거렸다. 박유준은 대추차를 들고 송서아의 침대 옆에 앉았다. 이곳은 한때 그의 침실이기도 했다. 요즘은 형에게 대를 남기기 위해 허가윤과 함께하면서 송서아와 이 침실까지 내내 그리워했다. 드디어 허가윤이 임신했고 입원 중이다 보니 그제야 박유준도 시간을 내서 송서아에게 올 수 있었다. “제수씨, 제가 직접 끓인 대추차예요. 제수씨 지금 생리 중이라 이거 마시면 생리통이 조금 나을 거예요. 진통제에만 너무 의존하지 말고 대추차 한 모금 마셔요.” 박유준이 갑자기 다가오자 송서아는 이 인간이 대추차보다 더 역겹게 느껴졌다. 그녀는 머리를 홱 돌렸다. “아주버님, 여긴 제 침실이에요. 한밤중에 이렇게 들어오시면 곤란하죠.” 송서아의 차가운 태도에 박유준은 괴로워하며 다급히 그녀의 손을 잡았다. “일단 내 말 좀 들어봐요...” 박유준이 터치하려고 하자 송서아의 머릿속엔 대뜸 밤마다 옆방에서 들려오던 속삭임과 신음이 가득 찼다. ‘역겨워, 정말!’ 그녀는 박유준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만지지 말아요! 이거 놓으라고!” 그녀의 몸부림에 당황한 박유준은 손에 들고 있던 대추차를 떨어뜨릴 위험도 무릅쓰고 무작정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그녀의 몸에서 은은하게 퍼지는 익숙한 재스민 향기를 맡자 박유준은 서서히 흥분하면서 몸이 뜨거워졌다. “나한테 너무 차갑게 굴지 말아요...” 몸부림치는 와중에 박유준의 손에 들려 있던 그릇이 바닥에 떨어졌다. 이어서 날카로운 비명이 들려왔다. “으악!” 허가윤이 문 앞에 서서 비명을 지른 것이다. 그녀의 비명은 박씨 저택의 고요한 밤을 깨트렸다. “송서아, 이 미친년아! 하다 하다 제 아주버님까지 넘보는 거야? 걸레 같은 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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