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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송서아가 입술을 앙다물었다. 그녀의 머릿속에 처음 김씨 집안에 갔던 날의 장면이 떠올랐다. 그날 역시 김원우는 지금과 같은 모습을 보였다. 얼굴이 비정상적으로 붉게 달아오르고 호흡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병실 밖에서 초조하게 서성이고 있을 때, 의사가 나왔다. 송시아가 급히 다가가 상황을 물었다. 차갑고 엄숙한 의사의 모습에 송서아는 심장이 목구멍까지 튀어 오르는 것 같았다. 다행히도 곧이어 의사가 고개를 저었다. “환자는 괜찮습니다. 다만 앓고 계시는 병은 개인적인 사안이라 저희가 함부로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송서아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지금은 괜찮은 건가요? 제가 들어가서 볼 수 있을까요?” 의사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를 바라보는 의사의 눈빛엔 조금의 의아함이 깃들어 있었다. 하지만 너무나 다급했던 송서아는 그 시선을 눈치채지 못한 채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는 오직 김원우가 괜찮은지만 확인하고 싶을 뿐이었다. 고용한 단독 병실 안. 김원우는 이미 평소의 차분한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조금 전까지 달아올랐던 붉은빛도 사라지고, 위태롭던 기색도 흔적조차 없었다. 의사가 그의 병명을 함구한 건 아마도 김원우의 지시 때문일 것이다. 그는 자신의 상태가 밖에 알려지는 걸 원하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 하여 그녀는 더 캐묻지 않기로 했다. “좀 괜찮아요?” 김원우는 담담히 답했다. “이제 괜찮아. 미안해, 오늘 저녁 식사 망쳐버렸네.” 그 순간 송서아는 눈앞의 남자에 조금 더 깊이 알게 되었다. 김원우는 신사적인 남자임이 분명하다. 몸이 불편해 불가피하게 벌어진 상황에서도 상대에게 폐를 끼쳤다며 먼저 사과하고 있으니 말이다. 송서아는 손을 저으며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 “괜찮아요. 다음에 다시 가면 되죠.” ‘다음’이라는 말에 김원우의 얼굴에 잠시 난처한 기색이 스쳐 갔다. 송서아는 그 의미를 알 길이 없었다. 조금 전의 두려움이 아직 가시지 않았는지 그녀는 조심스럽게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아까 의사 얼굴이 너무 심각해서,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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