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화
김원우는 손가락으로 오케이 사인을 그려 보였다.
유경욱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앞으로도 또 이런 어이없는 일을 계속 만들겠다는 건가. 여자에 미친 놈 같으니라고.’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가로 향하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김원우를 한 번 더 쳐다보았다.
“한 시간 정도 더 지켜보다가 퇴원해.”
그러고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한마디 덧붙였다.
“원우야, 결혼 축하해. 결국 꿈을 이뤘네.”
유경욱은 이런 김원우의 무모한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오랜 친구로서 축복할 일은 축복해줘야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란 건 참 신기하다.
조금 전 아직 결혼한 건 아니지 않냐는 유경욱의 말을 들었을 땐 그녀와 곧 결혼할 거라 자신할 수 있었다.
그런데 막상 축하한다는 말을 들으니 가슴 한구석에 알 수 없는 불안이 스멀스멀 기어올랐다.
혹시라도 송서아와 끝내 결혼하지 못하게 될까 봐 두려웠다.
송서아는 서둘러 박씨 저택으로 향했다.
그녀가 들어서자 박씨 가문 사람들은 저마다 미묘한 반응을 보였다.
박유준은 은근히 득의양양한 표정이었고, 민채원은 대놓고 못마땅한 얼굴이었다.
막 병원에서 돌아온 허가윤은 달랐다. 속마음과는 달리 겉으로는 반갑고 다정한 척 그녀를 맞이했다.
“서아 씨! 무슨 일로 여기까지 직접 온 거예요. 도우미한테 시키면 편했을 텐데. 오느라 번거로웠겠어요.”
부드러운 듯한 말투였으나 그녀의 목소리에는 은근한 비아냥이 묻어 있었다.
송서아는 코웃음을 흘렸다. 억지를 부려 물건을 내주지 않은 박유준이 아니었다면 그녀 역시 결코 이곳에 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 집의 나무 한 그루, 돌담 한 장조차 마음을 답답하게 옥죄어 불쾌감으로 온몸이 고통스러웠다.
한시라도 빨리 물건만 챙겨 떠나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박유준은 그녀를 쉽게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가 송서아를 향해 손짓했다.
“서재로 가서 얘기하죠.”
그 말에 허가윤의 눈빛이 즉각 매서워졌다. 그녀가 경계심이 잔뜩 서린 얼굴로 따라나서려 하자 박유준이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