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화
송서아가 떠난 뒤, 젊은 의사가 다시 병실로 들어왔다.
김원우는 번뇌에 사로잡혀 죽마고우의 등장에도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흰 가운을 벗어 던지자 유경욱의 몸에선 금세 자유분방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그는 병실에 있는 1인용 소파에 몸을 기대앉아 김원우를 흘끗거렸다.
하지만 김원우는 그가 안중에도 없나 보다. 그저 괴로움 속에 깊이 잠겨 있을 뿐이었다.
유경욱은 턱을 괴고 한참 그를 지켜보다가 비아냥 섞인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네가 몇 년째 짝사랑한다는 그 아가씨야? 신기하네. 난 왜 전혀 기억이 없지?”
김원우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넌 어렸을 때 본 적이 없으니 기억날 리가 없지.”
유경욱은 더 의아하다는 듯 눈썹을 치켜세웠다.
“말도 안 돼. 우린 어릴 적부터 친구였잖아. 네가 일곱 살 때부터 짝사랑했던 여자를 내가 지금껏 단 한 번도 못 봤다는 게 말이 돼?”
김원우는 친구와 말씨름할 기운조차 없었다. 방금 전 송서아가 했던 말이 떠올라 눈동자가 어둡게 가라앉았다.
“앞으로 송서아 앞에서 그런 못난 표정 짓지 마.”
갑작스러운 핀잔에 유경욱은 황당해 어깨를 으쓱였다.
“야, 나 아무 표정도 안 지었거든? 다들 알잖아, 내 얼굴이 원래 좀 차가운 상이라는 거.”
김원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래, 알지. 하지만 서아는 모르잖아. 네 그 썩은 표정이 서아에겐 불편할 수 있어.”
유경욱은 눈을 부릅뜨고 잔뜩 억울한 듯한 얼굴로 말했다.
“잠깐만, 설마 그 여자가 그렇게 말했어?”
김원우의 입꼬리가 살짝 말려 올라갔다.
“아니. 내가 그렇게 느낀 거야.”
유경욱은 더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주 좋네. 여자 때문에 친구한테 상처 주는 말이나 하고?”
김원우는 지체 없이 단호히 말했다.
“단순한 여자가 아니야. 내 아내거든.”
“쯧...”
유경욱은 한심하다는 듯 혀를 끌끌 찼다.
“너흰 아직 결혼도 안 했잖아!”
김원우는 태연하게 눈썹을 실룩거리며 말했다.
“결혼할 거야. 그러니까 축의금이나 넉넉히 준비해 둬.”
“흥, 재미없어. 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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