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0화
송서아의 한마디에 박유준은 곧바로 정신을 다잡았다.
기명이 간신히 김해 그룹과의 협력 프로젝트를 손에 넣은 지금, 괜한 소란을 일으키는 건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이 프로젝트는 기명에게도, 박유준 개인에게도 너무나 중요한 일이었다.
그가 제 역할을 해내야만 민채원은 안심하고 기명을 맡길 것이다.
하지만 실패한다면 그녀는 분명 다시 기명의 경영에 개입할 것이다.
그녀와 박유준의 성격은 물과 기름 같으니, 두 사람이 함께 회사 일에 참견하면 수많은 갈등이 생길 게 뻔했다.
그는 사뭇 차분해진 얼굴로 송서아를 바라보았다.
“서아 씨, 걱정하지 말아요. 약속은 절대로 어기지 않아요. 이 유화들 전부 가져가도 돼요. 내가 도와줄게요.”
박유준은 직접 유화를 벽에서 내려주었다.
그의 뒷모습을 보고 있는 송서아의 입가에 냉소 어린 미소가 번졌다.
‘약속을 절대 어기지 않는다고?’
결혼식 날에도 그는 똑같이 맹세했었다. 절대 그녀를 슬프게 하지 않겠다고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녀의 모든 슬픔과 눈물, 그리고 좌절은 모두 이 남자가 안겨준 것들이었다.
이런 상황에 놓이고 나서야 송서아는 인터넷에서 떠도는 문구 하나에 뼈저리게 공감할 수 있었다.
[남자를 믿지 마라. 믿으면 불행만 따를 뿐이다.]
박유준은 그림을 손에 들고 말했다.
“내가 데려다줄게요. 이렇게 큰 그림을 들고 가기 불편할 거예요. 차도 없잖아요.”
송서아는 단호히 거절했다.
“필요 없어요. 그림 한 폭일 뿐이에요. 별로 불편할 것 없어요.”
그 말을 들은 순간 박유준의 얼굴빛이 급격히 굳어졌다. 그림을 그녀에게 줄 마음까지 사라진 것 같았다.
송서아는 참다못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가 무슨 꿍꿍이를 갖고 있는지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데려다주는 걸 허락하지 않으면 그림을 주지 않겠다는 거다.
그녀는 이게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인내하고 또 인내했다.
이제 더는 박유준과 이런 실랑이를 하지 않아도 된다. 조금만 참으면 그녀의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 말이다.
송서아는 어깨를 으쓱였다.
“알았어요. 마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