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1화

“송서아! 너 어떻게 그렇게 뻔뻔해? 저 사람은 내 남편이야! 네가 뭔데 안심하고 말고야!” 허가윤의 고함에 송서아는 차갑게 입꼬리를 올렸다. ‘이제 겨우 시작인데, 벌써 못 버티겠어?’ 그녀는 곧 허가윤을 되받아칠 방법을 떠올렸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똑같은 방식으로 되갚아주는 것이었다. 송서아는 허가윤의 처연한 표정을 고스란히 베끼듯 살짝 젖은 눈망울로 박유준을 올려다보았다. “전 그냥 데려다주면 마음이 편할 거라 말했을 뿐인데... 가윤 언니는 왜 저러는 걸까요?” 박유준은 곧바로 허가윤을 날카롭게 쏘아보았다. “그만 좀 해요. 이제 밤도 늦었으니 들어가서 쉬어요. 그저 바래다주는 것뿐이니까 세상 끝장이라도 나는 것처럼 굴지 말아요.” 허가윤의 눈이 벌겋게 충혈되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송서아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 ‘저 여자 언제부터 저런 수단을 쓰기 시작한 거야? 감히 나랑 서준 씨 사이를 이간질해?’ 그녀는 이런 상황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송서아에게 진 적이 없다는 혼자만의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으니 말이다. 하여 허가윤은 마지막 카드, 필살기를 꺼냈다. “여보, 배가... 배가 너무 아파요!” 송서아는 차갑게 그녀를 쳐다보았다. 악랄하게 욕설을 퍼붓다가 눈 깜짝할 사이에 연약한 척 꾀병을 부리는 모습이라니. 참으로 흥미진진했다. 그러나 같은 수를 너무 자주 쓰면 효과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박유준이 도우미를 불렀다. “저 사람 좀 돌봐줘요.” 그리고는 차갑게 덧붙였다. “의사가 병원에서 요양하라 했는데도 말을 안 듣고 집에 와서 그런 거잖아요. 정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전부 다 당신 책임이에요!” 그 말에 허가윤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굳어버렸다. 계속 아픈 척을 해야 할지, 아니면 멀쩡한 척을 해야 할지 몰라 얼굴 근육이 모두 얼어붙은 것이다. 송서아는 손에 든 유화보다도 허가윤의 표정극이 훨씬 더 흥미로웠다. 하지만 이거론 부족하다. 그녀는 이번에도 허가윤의 방식 그대로, 자책하는 듯하면서도 연약한 목소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