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5화

“어떻게 이렇게 빨리 온 거예요?” 송서아는 나른한 몸을 김원우의 가슴팍에 기댄 채 물었다. 그는 한 손으로 유화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 그녀를 안고서 대답했다. “일단 너 데려다주고 얘기할게.” 송서아는 얼마 남지 않은 이성의 끈을 붙잡고 말했다. “안 돼요. 이런 꼴로 집에 가면 엄마가 걱정하실 거예요.” 위험한 일은 이미 지나갔으니 필요치 않게 엄마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다. 김원우는 또한 그런 그녀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럼 우리 집으로 갈래?”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하여 송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그의 차는 송서아의 집에서 머지않은 나무 아래 세워져 있었다. 다만 그곳엔 가로등이 없어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사실 그는 이미 한 시간 전부터 이곳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저 그녀가 무사히 집에 들어갔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박유준의 차를 본 순간 실망감에 휩싸였었다. 이런 역겨운 일이 생길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박유준, 짐승보다도 못한 놈!’ 그림을 뒷좌석에 내려놓은 뒤, 김원우는 그녀를 조심스럽게 조수석에 앉히고는 허리를 숙여 안전벨트를 채워주었다. 고개를 떨군 순간, 그의 검고 풍성한 머리칼이 송서아의 눈에 들어왔다. 기분 좋게 풍겨 나오는 은은한 샴푸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안전벨트를 매주는 과정에서 김원우의 얼굴은 거의 그녀의 가슴에 스칠 정도로 가까워졌다. 그녀의 호흡이 급격하게 가빠졌다. 당장이라도 남자를 끌어안고 싶었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그 충동을 억눌렀다. 안전벨트를 채운 뒤 고개를 든 김원우는 그녀의 이상함을 감지했다. 눈을 질근 감고 있는 모습이 어딘가 괴로워 보였다. “어디 아파? 많이 힘들어?” 송서아는 여전히 눈을 감고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여전히 걱정스러웠지만, 김원우는 더는 그녀에게 캐묻지 않았다. 차 문을 닫은 뒤 그는 운전석에 올라탔다. 차 안은 숨 막힐 정도로 고요했다. 에어컨 바람 소리를 제외하면 송서아의 거친 숨결만 차 안을 감돌았다. 평소 같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