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화
“그게 아니라면 그럼 난 객실로 가야겠네.”
김원우의 말에 송서아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사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이러다간 너무 욕망에 집착하는 여자로 보이지 않을까? 아니면 내가 이 집을 빼앗아 자리 잡는 것처럼 보일까?’
그녀는 쉽사리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김원우가 문에 다다르려는 순간, 송서아는 결국 참지 못하고 달려갔다.
“가지 마세요!”
급한 마음에 발을 성급히 내디딘 탓일까, 가슴에 걸치고 있던 남성용 수건이 그대로 바닥에 떨어져 버렸다.
그리고 그 묵직한 소리는 정적을 깼다.
뒤돌아본 김원우의 시야에 순간적으로 아찔한 장면이 들어왔고 순식간에 얼굴이 달아올라 머리끝까지 피가 솟는 기분이 들었다.
송서아는 비명이 새어나올까 두려워서 반사적으로 자기 입을 틀어막았다.
이 집에 있는 다른 사람들을 놀라게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나 결국 억눌러진 비명은 길게 터져 나왔다.
어둠을 가르는 날카로운 울음 같은 소리.
송서아는 그대로 멈춰 섰고 김원우는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 숨을 고르고 있었다.
얼마 후, 그는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번엔 정말 나를 붙잡는 거야?”
이제 와서 부정할 수 있는 선택지는 남아 있지 않았다.
어쨌든 그녀는 더 이상 제 자리를 빼앗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송서아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같이 있어 줘요.”
김원우의 눈빛에 수많은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그 눈빛은 복잡하지만 무거워 보였고 끝내는 부드러워졌다.
“사실 말이야, 날 붙잡는 데 이렇게 큰 용기까지 필요하지 않아.”
그는 낮게 웃으며 몸을 기울였다.
그리곤 허리를 감싸안아 송서아를 번쩍 들어 올렸다.
“방은 조금 서늘해. 막 씻고 나온 네 맨몸이 차가워지면 곤란하잖아.”
맨몸이라는 단어에 송서아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파묻었다.
‘이제 보니 내가 일부러 다 벗은 채로 원우 씨를 붙잡은 것 같잖아.’
차라리 처음부터 솔직하게 가지 말라고 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 같았다.
그녀를 침대에 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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