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화
그 어떤 밤도, 김원우가 오늘처럼 망설이고 또 멍하니 서 있던 적은 없었다.
그는 온몸의 피가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괜히 뜨거운 물로 샤워했네. 차라리 찬물이라도 끼얹어야 했는데.’
송서아는 깊은 잠에 빠진 채, 따스한 온기를 느끼고는 본능처럼 그 품으로 파고들었다.
그녀는 김원우의 가슴팍 속으로 마치 집을 찾은 듯 스르르 안겨들었다.
그에게서 풍기는 은은한 침목과 소나무 향, 그 향기를 지닌 남자들이 없진 않았지만 김원우의 향은 유독 달랐다.
독특하지만 깊고, 또 묘하게 중독적이었다.
송서아는 조금 더 품으로 몸을 비비듯 파고들며 욕심껏 그 향을 들이마시고 싶어 했다.
솔직히 지금, 김원우의 품 안에 들어온 그녀는 꼭 새끼 고양이 같았다.
그래서일까, 김원우의 심장은 제멋대로 쿵쾅거렸다.
그 작은 ‘고양이’는 얌전히 있지도 않고 품 안으로 파고들며 뭐라고 중얼거렸다.
김원우는 그 말이 잘 들리지 않아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여러 번 물었다.
“뭐라고 했어?”
“서아야, 뭐라고?”
세 번쯤 들리던 흐릿한 말, 하지만 김원우는 그녀의 말을 제대로 알아들었다.
“원우 씨, 고마워요.”
깊고 고요한 밤, 김원우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번졌다.
“고맙긴. 여보.”
이튿날 아침, 김씨 저택에는 벌써 아침 식사가 준비되어 있었다.
그리고 식탁에는 김태혁과 정연희가 먼저 자리하고 있었다.
송서아는 허둥지둥 2층에서 내려왔고 어른들을 기다리게 한 게 미안해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그녀는 자리에 앉자마자 서둘러 말했다.
“아버님, 어머님, 너무 죄송해요. 제가 늦잠을 자는 바람에 너무 오래 기다리시게 했네요.”
김원우는 태연하게 송서아의 옆에 앉으며 말을 보탰다.
“늦은 게 아니야. 내가 아버지, 어머니가 기다리신다고 말 안 했잖아. 네 탓이 아니야.”
정연희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 부드럽게 웃으며 그녀의 잔에 신선한 주스를 따라주었다.
“뭘 이 정도로 그렇게 사과를 해? 네가 마침 지금 일어나니까 우리 식구들이 같이 아침도 먹을 수 있는 거지. 이런 게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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