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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이하린은 시내 중심의 최고급 호텔 최상층 스위트룸에 머물고 있었다. 김재현은 모든 인맥을 동원해 이 정보를 알아낸 후 호텔 로비의 휴식 공간에서 하룻밤 내내 꼼짝 않고 앉아 있었다. 위로 올라가 문을 두드릴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녀를 방해할까 두려웠고, 무엇보다 그녀의 눈에 담길 노골적인 혐오와 냉정함을 마주할 용기가 없었다. 그는 그저 생명 없는 선을 엘리베이터 입구에 고정한 채 조각상처럼 계속 앉아 있었다. 비싼 정장은 구겨졌고 눈 밑에는 짙은 다크서클이 드리워졌으며 턱의 수염은 그의 초라함을 더했다. 3년 전, 그렇게도 오만하고 찬란하던 해든 그룹 대표님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새벽빛이 스며들 무렵, 엘리베이터 문이 안내음 소리와 함께 열리더니 이하린이 나왔다. 그녀는 아이보리색 정장 원피스를 입고 있었고 머리는 여전히 단정히 틀어 올린 채 목선과 그 은빛 목걸이를 드러내고 있었다. 차분한 표정으로 서류철을 들고 옆의 비서와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김재현은 거의 튀어 오르듯 일어났다. 오래 앉아 있어 혈액이 돌지 않아 눈앞이 잠시 어두워지는 바람에 휘청거리다 겨우 몸을 가누었다. 그는 그녀의 앞으로 나아가 길을 막았다. “하린아...” 그가 입을 열자 밤을 새운 피로와 비굴한 간청이 섞인 거칠고 쉰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깐만... 몇 분만 얘기하자. 제발...” 이하린은 멈춰 서서 눈을 들고 그를 바라보았다. 놀람도, 분노도, 혐오조차 없는 시선이었다. 그저 아무 상관 없는 낯선 사람, 혹은 길을 가로막은 장애물을 보는 듯한 눈빛을 짓던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살짝 옆으로 몸을 틀어 하행 버튼을 눌렀다. “내가 잘못했어. 하린아, 난 죽어 마땅해!” 김재현은 다급해져 말이 제멋대로 튀어나왔다. “네가 어떻게 복수해도 좋아. 나를 죽여도 돼! 하지만 기회만 줘... 속죄하게 해줘. 보상하게 해줘... 뭐든 할게. 제발...” “김 대표님.” 이하린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차갑고 맑은 목소리였다. “비켜 주세요. 우린 더 할 말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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