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화
말을 마친 그녀는 김재현의 완전히 무너진 표정을 보지도 않았고, 그가 허공으로 내민 떨리는 손도 개의치 않고 돌아섰다.
걸음은 흔들림 없었고 단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단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병실 문을 열고 나갔다.
문이 조용히 닫히자 그 안에 남아 있던 절망과 애원, 고통은 완전히 다른 세계로 격리되었다.
김재현은 손을 뻗은 채 그 자세 그대로 굳어 버렸다.
눈물이 소리 없이 폭포처럼 흘러내려, 천천히 몸을 웅크려 얼굴을 이불 속에 묻었다.
어깨가 심하게 들썩였지만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모든 것을 잃고 세상에 버려진 아이처럼 극도로 억눌린, 산산이 부서진 울음이 이불 틈 사이로 새어 나왔다.
3년 후, 이하린의 개인 박물관 〈재생의 날개〉가 도심 한가운데에서 개관했다.
관내에는 그녀를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만든 대표작 ‘재생’ 시리즈가 전시되었다.
한때 부서지고, 짓밟히고, 묻혀버렸던 영감과 재능은 이제 더 강하고, 더 찬란한 모습으로 세상 앞에 서 있었다.
언론이 몰렸고, 명사들이 모였다.
이하린은 간결한 블랙 드레스를 입고 스포트라이트 아래 서서 여유롭게 인터뷰에 응했다.
3년 전보다 훨씬 더 빛났고, 눈매에는 침전된 자신감과 단단한 평온이 깃들어 있었다.
말투는 우아했고, 시선은 온화했다.
그녀의 커리어는 정점에 다다라 국제 디자인계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주변에는 구애가 끊이지 않았지만 그녀 삶의 중심은 이미 온전히 자신과 사랑하는 일에 있었다.
과거의 그림자는 더는 그녀를 붙잡지 못했다.
그녀는 자유롭고, 강했고, 눈부시게 살아가고 있었다.
인터뷰 도중, 한 기자가 과거·현재·미래라는 단어에 대한 그녀의 생각을 물었다.
이하린은 고개를 살짝 기울여 잠시 생각하더니 적당히 온화하면서도 거리감이 느껴지는 미소를 지었다.
“사람이 집중해야 할 건 앞을 보는 거로 생각해요. 자기 자신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것, 지금과 미래 등 말이죠.”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카메라를 차분히 바라보며 말했다.
“과거는... 과거에 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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