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화
김미정은 이미 얼굴이 새하얘져 있었다. 차가 멈추자마자 그녀는 문을 열고 나와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속에서 뒤집히는 것들이 쏟아져 나오며, 그 신물이 역하게 치솟을 때마다 김미정은 치욕감을 온몸으로 느꼈다.
그녀는 이렇게까지 비참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옷자락으로 입가를 거칠게 훔치며, 김미정은 배진우를 향한 분노로 눈빛을 번뜩였다. 당장이라도 저 남자를 물어뜯어 죽이고 싶었다.
“배진우! 도대체 뭐가 하고 싶은 건데?”
“내가 당신을 무서워할 줄 알아?”
“날 어떻게 하기라도 하면 당신도 끝이야! 당신 명의로 된 회사들, 대부분이 우리 집안과 엮여 있잖아. 내가 죽으면 당신도 끝장이라고.”
“배진우, 어서 날 풀어 줘!”
마지막 말을 내뱉을 땐, 그 오만한 김씨 집안의 아가씨로 돌아온 듯했다.
그녀의 말투는 다시 고고했고 눈빛은 건방지고도 냉담했으며 경멸로 가득했다. 하지만 배진우는 피식 웃으며 가까이 다가왔다.
“김미정, 김씨 집안의 딸이 너 하나뿐인 줄 알아?”
그는 한 걸음 더 내디디며 말을 이었다.
“우리 사이에 거래가 없을 거라 생각했어? 넌 그저 김씨 집안이 내게 넘긴 하나의 장기말일 뿐이야. 계약서에 도장 찍은 순간부터 네 목숨은 내 손에 들어온 거야.”
그 말들은 느릿느릿 흘러나왔지만 김미정의 기세는 순간 수그러들었다.
온몸에서 차가운 한기가 퍼져 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배진우를 노려보며 외쳤다.
“배진우, 내가 죽으면 어떻게 김씨 집안에 설명할 거야? 우리 아직 결혼도 안 했잖아!”
하지만 배진우는 대꾸 없이 한 걸음씩 더 다가왔다. 그의 말은 점점 더 단호하고 무겁게 쏟아졌다.
“그게 뭐?”
“연이는 내 유일한 가족이었고 내가 수년간 유일하게 마음에 둔 사람이었어.”
“너 때문에 난 연이가 여전히 예전과 같을 거라 착각했고, 너 때문에 리베 아카데미가 그 아이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 무심하게 넘겼어.”
그는 선우연의 등에 남아 있던 끔찍한 상처들을 떠올렸다.
새살과 흉터가 얽히고설켜, 마치 수없이 매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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