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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고개를 들자, 유태진의 무표정한 시선과 마주쳤다. 그는 깊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박은영을 응시하며 말을 건넸다. “닦을래?” 뜻밖의 배려에 박은영은 멍하니 유태진을 쳐다봤다. 두 사람 사이에는 교류도 많지 않았고 유태진은 감정을 잘 드러내는 성격도 아니었다. 지금 이런 섬세함은 분명 서연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박은영은 아무 말 없이 휴지를 받아들였다. 일어서서 돌아서려는 순간, 발 아래 방석이 미끄러지며 발목이 뒤틀렸다. “조심해.” “조심해!” 두 사람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려오며 두 손이 그녀의 팔을 단단히 받쳐 주었다. 박은영이 고개를 들자, 유태진과 주도영이 나란히 서 있었다. 유태진의 검은 눈은 여전히 고요했고 목소리도 차분했다. 주도영은 유태진을 흘끗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유 대표님한테도 이런 배려심이 있네요?” 유태진의 과거 무심함을 놀리는듯한 주도영의 말에 박은영은 약간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그녀는 두 사람의 손에서 팔을 빼내며 담담하게 말했다. “고마워요.” 유태진은 주도영의 말에 응대하지 않은 채 박은영한테 조용히 말했다. “조심해.” 한편, 심가희는 즉시 핸드폰을 꺼내 방금 그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녀는 하수혁을 끌어당기며 속삭였다. “오빠, 서연주랑 인스타그램 서로 팔로우한 거 맞죠?” “왜? 뭐 하려고?’ 하수혁은 단번에 심가희의 속셈을 읽어냈다. “이 사진, 서연주만 볼 수 있게 좀 올려줘요. 이 기회에 은영이 체면 좀 세워줘야죠.” 심가희는 재빨리 사진을 하수혁한테 전송해 주고는 허리를 짚으며 차갑게 웃었다. “자기 주제를 모르는 년에게 제대로 잘 알려줘야죠.” 하수혁은 혀를 차며 말했다. “상대의 약점을 찌르는 데는 네가 진짜 전문가야.” 하지만 그 역시 착한 사람은 아니었다. 게다가 하수혁은 자기 사람은 어떻게든 지키는 사람이었다. 그는 게시물 설정에서 서연주뿐만 아니라 정하늘과 김정한까지 태그하고 사진을 올렸다. 제사 절차가 복잡한 탓에 다른 것에는 신경 쓸 여유가 없었던 박은영은 하수혁과 심가희가 꾸미는 일을 알 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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