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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화

나혜주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그 사람... 혹시 너희가 3년 동안 유씨 가문에 자식 하나도 못 낳아줬다고 그러는 거 아니야?” “할머니, 오해예요. 유태진은 그런 거 신경도 안 써요.” 박은영이 고개를 저었다. 단지 아이가 없어서라면 이 지경까지는 아니었을 것이다. 게다가 유태진은 애초에 그녀에게 자신의 아이를 낳게 할 생각조차 없었다. 나혜주는 박은영이 꽤 우울해할 줄 알았는데 막상 보니 그녀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진정으로 다 내려놓은 모습에 할머니는 그제야 안심한 듯 박은영의 손을 토닥였다. “다행이야. 네가 뭘 하든 할머니는 다 지지할 거야.” 입가를 살짝 올린 박은영의 차가운 눈빛에 부드러움이 스쳤다. 그날 밤, 그녀는 나혜주와 함께 있으며 간 이식이 확정되었고 이제 수술 일정만 기다리면 된다고 박태욱의 상황을 설명했다. 박씨 집안에게는, 그녀의 이혼과 외삼촌의 소식이 겹경사나 다름없었다. 수요일 오전, 박은영이 지민숙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줌마, 제가 태진 씨와 연락이 안 돼서 그러는데 말 좀 전해주세요. 최대한 빨리 집에 가서 서재에 있는 짐들을 정리하라고요.” 지민숙은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일단 알겠다고 대답했다. 유태진이 전화를 받았을 때 그는 로열그룹 엘리베이터 안에 있었다. “대표님, 사모님께서 전해달라는 말씀이 있는 데 지금 괜찮아요?” 엘리베이터는 밀폐된 공간이라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주변에 있던 임원들은 서로 눈치를 보았다. ‘사모님이라니? 도대체 무슨 소리지?’ 유태진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말했다. “알았다고 해요. 시간 되면 처리하겠다고요.” “혹시 사모님께 따로 전하실 말씀은 없으신가요?” “없어요.” 전화를 끊자 옆에 있던 한 대표가 웃으며 말했다. “유 대표님, 혹시 서연주 씨와 결혼이 임박하신 건가요? 벌써 사모님이라고 부르시네요? 전화에서 말하는 분이 서연주 씨죠?” 유태진은 무슨 생각을 했는지 희미하게 입꼬리를 올린 채 대답이 없었다. 하지만 부정도 하지 않았다. 한편, 지민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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