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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3화

유태진은 기다렸다는 듯 문을 밀고 들어왔고 손에는 보온 도시락이 들려 있었다. 박은영은 그가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 그녀는 유태진이 어떻게 자기 병실 위치까지 알아냈는지도 알 수 없었다. 곧 유태진이 물었다. “의사는 뭐래?” 박은영은 그가 이금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연기’하러 온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린 채 대답 대신 내쫓듯 말했다. “굳이 안 와도 돼요. 어차피 할머니는 모르실 테니까.” 그는 박은영의 말을 아랑곳하지 않고 긴 다리로 성큼성큼 다가와 링거를 확인했다. “몇 병 더 맞아야 돼?” 박은영은 미간을 더 잔뜩 찌푸렸다. 지금 그는 그녀의 말을 아예 무시하고 있었다. 유태진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살폈다. 사실 몸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게 여실히 드러나 있었다. “비전 그룹이 그렇게 바빠? 모든 일은 네가 다 떠맡는 거야?” “거울 한번 볼래? 지금 네 꼴이 어떤지.” 아무 표정 없는 차가운 얼굴과 감정 없는 목소리, 그리고 반쯤은 비아냥이 섞인 인정머리 없는 말투였다. 그러면서 유태진은 보온 도시락을 열어 몇 가지 반찬을 꺼내더니 차례로 옆 테이블에 놓고 젓가락을 박은영 손 가까이에 두었다. “좀 먹어. 전부 자극 없는 음식이야.” 박은영은 도시락을 힐끔 봤지만 손도 대지 않았다. 몸이 약해 말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그래도 유태진을 내쫓고 싶은 마음이 컸다. “제 일이에요. 유 대표님과는 상관없습니다.” 그제야 유태진은 고개를 들어 박은영을 바라봤지만 부정도,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병실의 공기는 얼어붙은 듯 조용해졌다. 그는 박은영과 평소처럼 말싸움을 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자리에서 일어나 정수기에서 따뜻한 물을 받고는 그녀가 손 뻗으면 잡을 수 있는 머리맡에 두었다. 이내 링거 속도를 조절해 너무 빨라서 박은영의 손등이 붓지 않게 했다. 그러는 사이 유태진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분명 세심한 행동이었지만 박은영은 그것이 자신에 대한 마음이나 관심 때문이라고 착각하지 않았다. 결혼 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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