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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9화

박은영의 말은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았다. 배경이 강력한 진승현과, 진기철 같은 지도자 앞에서도 그녀는 결코 순응하지 않았다. 진승현이 비전을 방문한 순간부터 그녀는 진기철이 이 일에 대해 물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결국 이번 비행 제어 시스템은 엄청난 것이었으니까. 그녀와 진승현은 사실 깊은 원한도 아니었다. 그러나 시비를 가리지 않는 진승현의 태도는 설령 진기철이 나선다고 하더라도 그녀는 그냥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묵묵부답으로 있다가 이 일을 끝낼 생각은 애초에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이건 별개의 문제였고 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다음 문제로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그녀의 태도였다. 진기철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박은영이 어떤 성격의 아가씨인지 알 수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온화하고 순종적이지만 실제로는 주관이 뚜렷하고 쉽게 양보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진기철은 고개를 돌리고 옆에 있는 진승현을 쳐다보았다. 진승현은 안색이 어두워졌고 얇은 입술은 하얗게 질린 채 박은영을 빤히 노려보았다. 박은영이 이렇게까지 얘기할 줄은 몰랐다. 그것도 아버지의 앞에서 말이다. “무슨 일이야?” 하태민이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진기철은 얼굴을 찌푸린 채 진승현을 쳐다보았고 마음 같아서는 머리를 한 대 때리고 싶었다. ‘못난 놈, 아가씨와 말다툼을 하다니?’ 박은영도 체면을 차리지 않고 찻잔을 내려놓으며 진승현을 향해 물었다.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저한테 손가락질하고 저한테 품행이 단정하지 못하고 남자관계가 복잡하다고 그러셨는데 혹시 근거 있어요? 진 대표님이랑은 친분도 없고 이렇게 저에 대해 알 정도로 친하지도 않은데...” 진승현은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한편, 그 말에 진기철은 얼굴이 어두워졌고 테이블을 내리치며 벌컥 화를 냈다. “진승현, 너 이게 무슨 꼴이야?” 그는 박은영이 체면을 생각해 말을 살짝 바꾼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진승현이 했던 원래 말은 이보다 더 듣기 싫었을지도 모른다. 하태민은 모처럼 표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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