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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익숙한 향기가 박은영의 코끝을 스쳤다. 놀란 얼굴로 고개를 들자마자 유태진의 깊고 검은 눈동자와 딱 마주쳤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박은영을 쳐다보고 있었다. 일부러 넘어졌다는 듯한 그의 눈빛에 박은영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미안해요.” 그녀는 일어나려고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이마에 식은땀이 맺히고 병으로 인한 통증이 밀려오면서 손발에 힘이 점점 없어졌다. “내가 안아서 일으켜줘야겠어?” 유태진의 목소리는 마치 남처럼 덤덤하고 무심했다. 박은영은 주변 사람들이 그녀를 보는 눈빛이 달라졌다는 걸 알아챘다. 그녀가 일부러 이 자리에서 가장 권력이 센 남자를 선택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박은영 씨, 여친도 있는 사람한테 이러면 안 되죠. 손발도 멀쩡하면서.” 정하늘이 대놓고 비웃었다. 서연주는 박은영에게 화를 내지 않았고 그저 재미난 구경거리를 보듯 했다. 박은영의 상태가 뭔가 심상치 않다는 걸 눈치챈 김정한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가 입을 열려던 그때 정하늘이 갑자기 큰소리로 말했다. “연주 씨, 데였어요?”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누군가 박은영의 허리를 확 밀었다. 순식간에 밀쳐진 그녀는 간신히 테이블을 붙잡고 나서야 넘어지지 않았다. 유태진은 이미 서연주에게 다가가 있었고 걱정한 나머지 얼굴을 찌푸렸다. “데였어?” 서연주가 손을 들자 하얀 팔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녀는 박은영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괜찮아요. 난 엄살 부리는 사람이 아니니까.” 박은영은 유태진의 얼굴에 나타난 긴장한 기색을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긴장은 다른 여자를 향한 것이었다. 그녀는 차분하게 시선을 거둔 후 쓰러지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었다. “정말 몸이 안 좋은 거 아니에요?” 김정한이 어느새 그녀 앞에 서 있었고 잘생긴 얼굴에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도와줄...”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박은영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눈앞이 깜깜해지면서 몸이 자꾸만 축 처지는 것 같았다. “박은영!” 귓가에 여러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누가 하는 말인지 제대로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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