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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도영 오빠!” 이때 불쑥 들뜬 여자 목소리가 박은영을 사색에서 빠져나오게 했다. 한 여자가 박은영의 곁을 스쳐 지나가더니 주도영의 넓은 품에 와락 안겼고 주도영도 자연스럽게 그녀의 어깨를 다독여주었다.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 하마터면 아빠한테 끌려가서 강제결혼할 뻔했단 말이야!” 주도영은 그녀의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여자가 먼저 키스를 퍼붓자 주도영도 뜨겁게 호응했다. “뭐가 이렇게 급해? 이따가 너희 집 기사님더러 트렁크 열라고 해. 너희 아빠한테 아주 큰 선물을 준비했거든...” 그 여자는 계속 애교 조로 속삭이며 좀처럼 주도영의 품에서 떨어지질 않았다. “뭐야 진짜! 아빠가 집으로 초대했단 말이야. 오빠를 위해 환영회를 열어주시겠대.” 박은영은 제자리에 멍하니 서서 이 광경을 지켜봤다. 난감함과 무기력함은 어쩔 수가 없었다. 한때 자상하기 그지없던 이 남자가, 매사에 그녀 위주였던 이 남자가 지금은 그저 십여 년 전의 아름다웠던 꿈에 불과했다. 배가 슬슬 쑤시기 시작했다. 칼날이 옛 추억을 거슬러서 다시 그녀의 몸을 쿡쿡 찔렀다. “은영아, 난 너희 집안 호적에 오르고 싶지 않아. 진짜 네 오빠가 되긴 싫단 말이야.” “나중에 커서 나랑 결혼해줄래?” 부드러운 목소리가 뇌리를 맴돌자 박은영은 멍해지는 듯했다. “조심해요!” 갑작스러운 비명에 박은영이 고개를 돌리자 오토바이 한 대가 이들 세 사람을 향해 질주했다. 주도영은 망설임 없이 장민지를 안고 뒤로 물러서며 든든하게 그녀를 지켜줬다. 한편 박은영은 홀로 비참하게 몸을 피하다가 얼굴을 가리고 발목까지 접질렸다. “너?” 주도영이 짙은 눈길로 그녀를 쳐다봤다. 그의 눈동자에 당혹스러움과 시탐하는 듯한 기색이 스쳤다. “나 괜찮아...” 박은영은 눈물이 흘러내리기 전에 얼른 도망쳤다. 옆에 있던 장민지가 의아한 듯 물었다. “누구야?” 주도영은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녀의 턱을 짚고 가볍게 키스했다. “아는 사람 같아.” 아는 사람이라... 한때 십여 년을 함께 지낸 사람, 결혼까지 생각했던 사람을 말하는 걸까? 차에 돌아온 박은영은 고통스러운 듯 배를 끌어안고 핸들에 엎드려서 숨을 헐떡거렸다. 식은땀이 이마에 한가득 맺혔는데 마음의 고통이 더 짙어진 건지 몸의 고통이 더 심해진 건지 가늠할 수 없었다. 이때 문득 전화벨 소리가 울렸는데 조기현한테서 온 전화였다. ... 로열 그룹. 조기현은 박은영이 보낸 서류를 받고 미간을 확 찌푸렸다. 분명 한 회사에 있으면서 이게 대체 무슨 경우일까? 대표이사실에 얼씬거리지 말라고 했더니 이런 수단으로 대표님의 관심을 끌려는 걸까? 그야말로 유치하기 짝이 없었다. 조기현은 불만스러운 얼굴로 홍보팀을 찾아갔지만 그녀가 결근이라는 소식을 받았다. 안 그래도 일이 많아서 골치 아픈데 그녀까지 이 사달을 내다니. 조기현은 미간을 찌푸리고 박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박 팀장님, 지금 무슨 수작인지는 모르겠으나 당장 회사로 돌아와요!” 박은영의 눈동자가 살짝 짙어졌다. ‘태진 씨랑 관련된 일이 분명해. 이혼합의서를 다 본 거야? 이혼에 관해서 얘기 나누려고?’ 생각을 마친 그녀는 망설임 없이 방향을 틀어 로열 그룹으로 출발했다. 부랴부랴 달려온 그녀를 보더니 조기현은 자신의 예측을 더욱 확신했다. ‘역시 사람은 변하지 않아. 이딴 수작으로 대표님 관심 끌려고?’ 그는 대놓고 실실 비꼬는 표정을 지었다. “태진 씨 지금 어디예요?” 박은영의 안색이 살짝 어두웠다. 실은 이따가 병원에 가서 약을 한 번 더 타와야 한다. 보존 치료를 할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일단 시작하게 되면 외할머니와 외삼촌에게도 숨기기 어려우니까. “여기 회사예요. 대표님이 일부러 박 팀장님 뵈려고 내려와야 하나요?” 조기현이 딱딱하게 쏘아붙였다. “대표님께서 박 팀장님이 직접 처리해야 할 일이 있다고 하십니다.” “혹시 이혼...” “어젯밤 서연주 씨 생일파티 때문에 부정적인 여론이 돌고 있어요. 서연주 씨가 남의 가정을 무너뜨린 내연녀로 돼버렸거든요. 연주 씨는 일반인도 아니고 이제 곧 로열 그룹 메인 프로젝트의 모델로 발탁될 예정인데 이런 일로 프로젝트가 영향을 받고 연주 씨까지 명예 훼손을 당하면 안 되잖아요.” “대표님께서 특별히 박 팀장님께 이번 일을 맡기셨어요. 서연주 씨 명예를 회복하고 여론을 잠재우라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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