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4화
서연주가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지만 박은영은 그녀의 의도를 충분히 알아챌 수 있었다.
특히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유태진의 팔을 당당히 끼고 선 모습은 세상에 알리듯 유태진은 내 남자라는 선언과도 같았다.
결국 박은영은 남편에게조차 마음을 얻지 못한 여인으로 여기게 될 것이었다.
심가희는 그 장면을 보자 얼굴빛이 확 어두워졌고 이건 누가 봐도 노골적인 도발이었다.
뭔가 말하려 했지만 박은영이 먼저 손을 잡아 내렸다.
“일단 들어가자.”
박은영은 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행동해야 했다. 괜히 여기서 언성을 높이면 오히려 질투에 눈이 멀어 트집 잡는 것처럼 보일 터였다.
더군다나 오늘은 무턱대고 감정만 앞세우러 온 게 아니었다. 박은영은 나름의 계획을 세워 두었고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고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심가희도 불만을 삼킬 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오늘은 큰일을 하러 온 자리였기에 괜한 걸림돌이 될 수는 없었다.
이번 허윤정의 전시회는 준비 단계부터 화려했다. 국내 저명한 큐레이터를 섭외해 성대하게 치른다는 홍보도 이어졌고 현장은 그야말로 고급스럽고 화려했다.
그러나 이 모든 영광은 박은주를 짓밟은 대가였다.
당시 박은주는 상하 두 폭의 그림을 바탕으로 새롭게 완성한 연작은 졸업 직전 허윤정에게 표절 누명을 쓰며 여태까지 쌓아 온 모든 명예를 잃었다.
결국 그 작품은 조롱거리로 전락했고 세상에서 사라졌다.
작년에 유태진이 힘써 다시 찾아 주긴 했지만 허윤정의 표절 흔적을 증명할 수 있는 다른 작품까지 손에 넣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었다.
심가희는 전시장 안을 둘러보며 이를 악물었다.
“겨우 이런 걸로 화려한 척하다니. 겉멋만 든 가짜지.”
박은영은 주변을 둘러보며 낮게 말했다.
“요즘 구설이 많으니 이번 전시회를 꼭 성공시켜야겠다고 생각했겠지. 그러니 더 공들일 수밖에 없었던 거야.”
실제로 유태진까지 직접 나타난 상황은 그 자체로 큰 화제를 몰고 올 일이었다.
유태진은 이름만으로도 수많은 사람을 끌어모으는 존재였고 오늘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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