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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9화

그러자 허윤정의 시선이 그림에서 떨어졌다. “이건 과거의 작품일 뿐이에요. 전 늘 새로움을 추구합니다. 저는 옛날 것에만 매달리는 성격은 아니에요. 창의성과 혁신이 더 중요하죠.” 배승연은 그제야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리며 웃음을 흘렸다. “그럼 결국 이 그림은 허윤정 씨의 초기작이라는 말이네요?” “그렇습니다. 왜요?” 허윤정은 순간 미간을 좁히며 묘한 불안감을 느꼈다. 배승연이 기다리던 타이밍이 바로 지금이었고 기다리던 한마디가 허윤정이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그 한마디였다. 배승연이 손짓하자 또 다른 그림이 들여와졌다. “그렇다면 이 그림도 허윤정 씨의 작품인가요?” 사람들이 술렁이며 고개를 돌렸다. 곧 그림이 드러나자 허윤정의 얼굴빛이 급격히 굳고 그대로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박은영도 그 그림을 보는 순간 멍하니 굳어 버렸다. 그것은 다름 아닌 박은주가 해성 미대에서 완성했던 연작의 하반부인 <적멸>이었다. 지금까지 행방이 묘연했던 바로 그 그림이었다. 유태진이 해외에서 수십억을 들여 사들였던 연작 한 폭 말고는 단서조차 없던 작품이었다. ‘그런데 왜... 어떻게 이 자리에서 모습을 드러낸 걸까?’ 그리고 이 그림이야말로 허윤정을 끝장낼 수 있는 결정적 증거였다. 원래 박은주는 해성 미대에 두 폭을 제출할 계획이었다. 상반부 <여명>은 전달했지만 하반부 <적멸>은 갑자기 사라졌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박은주는 같은 풍격의 새로운 연작을 졸업 작품으로 제출했지만 그 시점에 맞춰 터진 게 바로 허윤정의 표절 누명이었다. 허윤정이 먼저 제출했다는 이유로 오히려 박은주는 남의 아이디어를 표절한 사람처럼 몰렸고 그 더러운 누명은 끝내 벗겨지지 않았다. 박은주는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도 그 오명을 안고 떠나야 했고 그림들을 머릿속에서 지우지 못했다. 그때, 서연주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얼굴빛이 급격히 변했고 놀람과 두려움이 뒤섞인 눈빛으로 황급히 허윤정을 바라보았다. 허윤정 역시 머릿속이 순식간에 뒤엉켰다. <적멸>이란 작품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허윤정 스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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