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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2화

전시장은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화려한 영광 속에 있던 권위와 명성이 단숨에 산산조각 났다. 배승연도 성격이 꽤 있는 여자였고 일 처리에는 거침이 없었다. 치워라는 한마디에 화려하게 전시된 그림들이 무참히 끌어내려졌다. 박은영은 그 한복판에 서서 모든 광경을 지켜보았다. 마치 오랫동안 안개 속에 가려져 있던 집착과 억울함이 조금씩 흩어지고 그 자리에 희미하게 빛이 스며드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제야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확신이 찾아왔다. 이렇게 큰 무대에서 한 번 길을 열었으니 앞으로는 무엇이든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박은주에게 씌워졌던 그 억울한 누명을 이제 서서히 벗겨낼 수 있었다. 반대로 허윤정은 오늘을 기점으로 끝없는 곤경에 빠질 것이었다. 오늘에 벌어진 일은 지금 당장 느끼는 수치와 모멸이 아니라 앞으로 평생 따라다닐 치욕이었다. 잠시 멍하니 서 있던 박은영은 몸을 돌렸다. 그리고 무심코 고개를 든 순간, 인파 너머에 서 있는 유태진과 시선이 맞부딪혔다. 유태진의 눈빛은 깊고 차가웠다. 박은영은 주먹을 움켜쥐었고 입가에는 조롱 섞인 미소가 번졌다. 유태진은 애초에 이 사건을 막지 않았고 이제 그의 골칫거리가 된 셈이었다. 박은영은 시선을 끊고 심가희 쪽으로 걸음을 옮겼고 그제야 유태진도 눈길을 거두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정하늘은 상황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넋을 잃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태진아, 이건... 차라리 나서지 않는 게 낫지 않아? 굳이 서연주를 감싸는 모습을 보이면 오히려 말이 많아질 텐데...” ‘그런데 단순히 서연주를 안심시키는 것 말고 무슨 의미가 있겠어...’ 예전처럼 가벼운 소동이라면 몰라도 지금은 달랐다. “먼저 돌아가. 연주를 데려다주고 갈게.” 유태진은 정하늘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을 뿐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정하늘은 무심코 김정한을 바라보았다. “태진이가 원래 이렇게 감정에 끌리는 사람이었나...” 어릴 적부터 냉정하고 무정하다는 말이 따라붙던 유태진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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