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2화
박은영은 서연주를 바라보다가 더 이상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무력감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러나 차분히 내뱉은 말은 뼈를 파고드는 듯 차가웠다.
“서연주 씨, 문득 드는 생각인데 참 딱하기도 하네요.”
더는 변명도 설득도 할 가치조차 없었고 가릴 수 없고 다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눈이 멀고 마음까지 닫혀버린 사람에게는 무엇도 닿지 않았다.
서연주는 한순간 무너져 내렸다. 이보다 더 끔찍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린 그녀는 다급히 유태진을 바라봤다.
유태진은 시선을 마주하더니 천천히 손을 들어 의자에 앉으라는 듯 제스처를 취하며 안정을 시켰다. 그리고 고요한 목소리로 박은영에게 시선을 옮겼다.
“박 대표님, 정관에 따르면 지분 비율도 따져야 하지 않습니까. 제가 티젠을 대리 보유하고 있긴 해도 서연주 씨와 허윤정 씨 지분을 합치면 제 지분보다 적지 않을 겁니다.”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서연주의 얼굴빛은 잎사귀처럼 푸석하게 질려버렸다.
박은영은 입가에 냉소를 띠며 되받았다.
“그럼 유 대표님, 서연주 씨에게 직접 물어보시죠. 지금 손에 남은 지분이 얼마나 되는지.”
그 한마디에 서연주는 얼음 동굴에 빠진 듯 몸이 굳었고 이미 8%를 팔아버린 뒤라 더는 맞설 여력이 없었다.
유태진은 그제야 서연주를 바라봤다. 그의 눈빛에는 정말이냐는 묵묵한 물음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서연주는 입술만 달싹일 뿐, 끝내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팔아버린 일을 아직 유태진에게 털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젠가 형편이 나아지면 다시 사들여 없었던 일처럼 덮어버리려 했다.
유태진은 그 사실도 몰랐고 그래서 박은영에게 맞설 카드로 그 말을 꺼낸 것이었다.
서연주의 가슴은 더 깊은 허무로 텅 비어갔다.
박은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여전히 탁자에 기대 멍하니 서류만 바라보고 있는 서연주를 향해 단호히 말했다.
“후속 절차는 될수록 빨리 진행하세요. 허윤정 씨가 보유한 지분까지 포함해서 전부 강제 이전 절차를 밟게 될 겁니다.”
잠시 멈추었다가 마지막을 못 박듯 이어갔다.
“오늘부로 서연주 씨와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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