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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8화 

“사실 저는 서연주 씨를 도와드릴 의무가 없어요.” 서연주는 얼어붙었다. 목소리만으로도 김정한의 냉담한 태도가 들렸다. 김정한은 더 말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한동안 서연주는 멍하니 앉아 있었다. 왜 김정한이 이렇게까지 선을 긋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예전에는 사이가 나쁘지 않았고, 어쩌면 자신에게 호감까지 있던 것 같았는데... 연달아 맞은 문전박대가 결국 서연주의 신경을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평정심이 있다고 해도 이런 충격과 후폭풍은 버티기 어려웠다. 애초에는 이 일을 먼저 스스로 수습해 보려 했다. 하지만 지금은... 하룻밤 사이에 현실로 내던져진 기분이었다. 피투성이의 현실. 놀랍게도 자신에겐 쓸 만한 인맥이 없었다. 처음부터 이 판의 사람들과 대등하게 서 본 적조차 없는 것 같았다. 김정한의 태도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금 보이는 희망은 정하늘뿐이었다. 직접 나서지 못하더라도, 김정한을 설득하거나 유태진에게 자신의 상황을 전해 주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될 수 있었다. 서연주의 마음은 점점 가라앉았다.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차를 돌려 정하늘이 자주 있는 클럽으로 향했다. 정하늘은 서연주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막지 않았다. 사람을 시켜 곧장 안으로 들였다. 들어선 서연주를 정하늘이 훑어보았다. 늘 ‘하늘이 내린 재능’이라 불리던 서연주가 이토록 초라한 얼굴을 하고 있다니. 그럼에도 눈동자에는 꺼지지 않는 야심이 남아 있었다. “지금 자유롭게 다니실 수 있어요?” 정하늘이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물었다. 한마디가 곧장 아픈 곳을 찔렀다. 자유롭지 않았다. 여전히 감시가 따르고 있었다. “저... 유태진 씨가 지금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어서 왔어요. 아시잖아요, 이건 제 본심이 아니었어요.” 서연주는 최대한 가볍게 넘기고 싶었다. 다른 방법이 없었다. 정하늘은 바 의자에 걸터앉아 미소를 보였다. “태진이가 무슨 대책을 세우겠어요?” 서연주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물었다. “아직 방법을 못 찾으신 건가요?” 정하늘은 술을 따라 한 모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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