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7화
서연주의 목이 갑자기 꽉 조여 왔다. 놀란 눈으로 강지환을 바라봤다. 잘못 들은 건 아닌가 싶을 만큼 멍해졌고, 빗물이 이마를 타고 흘러내려 머리까지 얼어붙었다.
“뭐라고요...?”
강지환은 예의는 지켰지만 말투는 차가웠다.
“현실적인 조언입니다. 서 대표님, 가능한 빨리 처리해 주세요.”
그는 그 말을 남기고 서연주를 지나 안으로 들어갔다.
서연주는 한동안 문앞에 멍하니 서 있었다.
왜 일이 이렇게까지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몸이 자꾸 떨렸고 두려움과 분노가 뒤섞였다.
박은영...
머릿속에는 한 생각만 맴돌았다. 박은영이 가만있을 리 없다. 분명 유태진에게 뭔가 말했거나 움직였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유태진이 어떻게 자신에게 이렇게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억지로 탓을 돌려 보아도 비가 몸을 적실수록 현실이 그 도피를 찔러 깨뜨렸다.
오늘 내내 유태진은 한 번도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그래도 서연주는 보았다. 영혼에 새겨진 듯한 냉정과 무정을.
그는 한 번도 높은 자리에서 내려온 적이 없었다. 언제나 내려다보며 손쉽게 자신을 쥐고 흔들었다.
그가 보여 준 작은 호의와 무심한 배려는 그의 입장에서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는데 서연주는 그것을 자신에게만 특별한 신호로 오해해 왔다.
그 사실이 지금 산 채로 살을 도려내듯 아팠다.
커다란 충격에 눈이 충혈됐고 이를 악문 채 속으로 되뇌었다.
‘유태진이 나를 좋아하지 않았다니 말이 돼? 막다른 순간 마지막 피난처까지 걷어 간다고?’
더 버틴들 달라질 게 없다는 것도 알았다. 이대로는 돌릴 길이 없었다.
차에 올라탄 뒤에서야 떠올랐다. 그날 호텔 앞에서 유태진에게 던졌던 질문. 그는 답하지 않았다. 그저 무심히 웃었을 뿐이었다.
이윽고 정하늘이 나오며 그 말을 들었고 직접 말했다.
“뛰어나고 예쁜 여자를 좋아하지 않을 남자는 없죠.”
유태진은 그 말조차 부정하지 않았다.
그 순간 서연주는 그게 곧 그의 뜻이라 믿었다.
정상에 서기만 하면 자신을 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고 박은영은 내쫓기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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