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88화
그는 애초에 이 행사를 통해 세상에 해명하려 한 것이었다.
유태진이 고개를 숙여 박은영을 바라봤다.
“여기까지 온 김에 나도 참여하지. 원래는 네 일이지만 함께하는 것도 의미 있겠지.”
박은영이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남자를 마주 보며 답했다.
“알아서 해요.”
“그럴까.”
남자가 이내 고개를 들어 행사 관계자를 바라보았다.
그 뒤에 이어진 목소리는 낮고도 품위 있었다.
“오늘은 저희 부부가 처음으로 함께 공식 석상에 선 날입니다. 그런데 일부 플랫폼에서 제 아내에 대한 불필요한 추측과 유언비어가 떠돌더군요. 아내는 그런 걸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성격이지만 저는 다릅니다. 아내가 조금이라도 영향을 받으면 안 되니까요. 오늘 저희 부부는 공동명의로 2조 원을 기부하겠습니다. 긴 인연을 함께하겠다는 뜻이니 축복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너무 큰 금액에 박은영이 순간적으로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옆에 있던 배승연도 눈썹을 찌푸리며 차게 굳은 유태진의 얼굴을 응시했다.
사람들의 마음도 크게 요동쳤다.
이 자리의 모두 꽤 눈치가 빠른 사람들이었다.
달리 말해, 유태진의 의도를 읽지 못할 리가 없다는 말이었다.
보통 분노하며 소송이나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일반적인 상황에서 유태진은 훨씬 무겁고 노련한 방식을 택했다.
그야말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귀감을 보인 것이었다.
그의 수는 단순한 반격이 아니었다.
둘의 사이가 굳건함을 증명함과 동시에 더 이상 박은영을 두고 함부로 떠들지 못하게 만들어 버린 것이었다.
배승연 역시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유태진만 원한다면 모든 플랫폼에서 키워드와 게시물을 싹 지워버리는 것도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방법을 택한 건 오직 박은영의 명예를 가장 완벽하게 보전하기 위함이었다.
‘그렇다면 과거의 일이 사실이 아닌 건가? 아니, 그건 사실이었어. 그렇다면 지금 유태진의 태도는 대체 뭐지?’
“통이 크십니다, 유 대표님.”
가장 먼저 정신을 추스른 배승연이 미소를 지어 보였으나 눈빛은 차갑기만 했다.
유태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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