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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8화

박은영을 발견한 그가 긴 다리를 거두며 똑바로 섰다. 박은영은 그가 이곳에 남아 있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그러나 별다른 반응 없이 고개를 돌려 그대로 걸음을 옮겼다. “은영 씨, 같이 가요.” 뒤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다가왔다. 빠른 걸음으로 따라온 배서훈이었다. 유태진을 발견한 그가 짧게 웃었다. “여기 계셨군요.” 태연히 배서훈을 바라본 유태진이 옅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내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결혼이 유효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로 박은영은 아내라는 호칭을 들을 때마다 묘하게 마음이 뒤틀렸다. 유태진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는 게 어쩐지 낯설고 불편했다. 그의 말 속에 담긴 뜻은 명확했다. 배서훈의 입꼬리가 더 크게 올라갔다. 그가 박은영을 향해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기지로 돌아갈 거죠? 마침 은영 씨 검토가 필요한 보고서가 있는데 같이 가요.” 보고서. 박은영은 일과 관련된 일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가 대답하기도 전에 유태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보고서는 언제든 볼 수 있죠. 이제 스스로 성장할 때도 되지 않았습니까? 은영이한테만 기대는 건 좀 곤란하군요.” 그의 눈빛은 평온했으나 말에는 가시를 담고 있었다. 하지만 유태진의 말에도 배서훈은 태연히 웃음을 터뜨렸다. “아, 그렇군요. 애인분과 틀어지니 이제 다시 은영 씨와 잘해보려는 겁니까?” 유태진이 눈썹을 위로 치켜떴다. “부럽습니까? 마침 정 대표가 개발한 데이팅 앱이 있는데 가입이라도 해보지 그래요.” “…” 박은영은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녀는 이 불편한 기류가 오래 이어지는 건 원치 않았다. 어쨌든 둘은 부부로 알려져 있으니 여기에서 유태진의 체면을 구길 수는 없었다. “전 이 사람과 할 얘기가 있어서요. 그동안 신경 써줘서 고마워요.” 박은영은 조용히, 또 단호히 거절했다. 배서훈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 미소 지었다. “괜찮아요. 그럼 기지에서 보죠, 뭐. 양산은 은영 씨가 써요.” 그가 유태진을 향해 짧게 인사했다. “그럼, 살펴 가시길.” 배서훈을 떠나보낸 박은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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