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7화
박은영이 미간을 좁혔다.
누구보다 자신의 몸 상태를 잘 아는 건 그녀 자신이었다.
정밀 검진 따위는 필요 없었다.
게다가 그들은 아직 그녀가 불치병 환자라는 사실을 몰랐다.
복잡한 검사를 진행해 봤자 몸만 피로해질 뿐이었다.
“괜찮아요. 요즘 일이 많아서 피로가 좀 쌓였거든요. 무기질이 부족해서 그런 거니까 검사는 필요 없어요.”
박은영이 단호히 거절했다.
‘하나하나 검사하려면 또 얼마나 많은 피를 뽑아야 하나.’
그녀는 오랜 치료에 몸과 마음 모두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게다가 이제 막 719 공군 기지의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되었는데 불치병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 모든 게 흔들릴 수 있었다.
유태진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박은영을 쳐다보았다.
“검진은 나쁠 게 없어.”
그녀가 평온한 얼굴로 맞받아쳤다.
“난 멀쩡해요. 지금 당신이 해결해야 할 건 날 끌어들인 그 범인이에요. 내게 시간 낭비하지 말라는 소리예요. 그거 해결 못 하면 앞으로 위험을 달고 사는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시간 낭비?”
유태진의 검은 눈동자가 그녀를 곧게 꿰뚫었다.
“뭐가 중요한지, 뭘 먼저 해야 하는지는 내가 더 잘 알아.”
두 사람의 시선이 공기 중에서 팽팽히 맞섰다.
그 분위기를 읽은 의사가 부드럽게 말을 덧붙였다.
“급한 건 아닙니다. 그래도 환자 본인의 뜻을 존중해야죠. 그리고 박은영 씨. 어깨에 연조직 손상과 멍이 좀 있습니다. 치료해 드리겠습니다.”
그러나 의사는 치료를 진행하기도 전에 호출이 들어와 급히 자리를 떴다.
미묘한 분위기를 감지한 하수혁이 시계를 확인하며 입을 열었다.
“아까 토한 것도 있고 속이 좀 비었지? 난 밖에서 먹을 것 좀 사 올게.”
그가 나가자 병실이 다시 고요해졌다.
유태진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붙잡힌 범인은 강준혁이 경찰과 함께 처리 중일 터였다.
묵묵히 박은영이 토한 쓰레기통을 정리한 그가 손을 깨끗이 씻은 뒤 다시 물을 따라왔다.
박은영은 무감정한 얼굴로 움직이는 남자의 모습을 똑똑히 지켜보았다.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위치에서 태어나 누구도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