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74화
유태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가더니 서랍을 열어 두고만 있던 담배와 라이터를 꺼냈다. 곁에 서 있던 지민숙을 힐끗 보지도 않은 채 낮게 말했다.
“은영이 입맛에 맞게 몸 보양에 좋은 음식 몇 가지 준비해요. 다 되면 장 기사님한테 맡겨 병원으로 보내세요.”
지민숙은 즉시 이상함을 눈치챘다.
“사모님이 어디 편찮으신 건가요? 제가 직접 가져다드릴까요?”
“아니요. 그냥 기사님이 가면 됩니다.”
유태진의 목소리는 쉰 듯 가라앉아 있었고 담배를 물고 불을 붙이려던 손은 미세하게 떨렸다. 라이터의 작은 바퀴를 두세 번이나 굴린 끝에야 불꽃이 켜졌고 그는 곧장 베란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민숙은 무슨 사정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유태진이 결혼한 뒤 십여 년을 함께 살며 지켜본 그녀조차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무너진 듯, 눌린 듯, 섬뜩할 만큼 침울했다. 그렇지만 주인집 일에 감히 끼어들 수는 없었다.
박은영은 병원에 이틀을 머물렀고 그동안 유태진은 단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기사가 세 끼 식사를 전해 주고 갔을 뿐이었다. 유태진은 마치 세상에서 사라진 사람처럼 자취를 감춘 듯했다.
박은영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퇴원 절차를 마치고 곧장 집으로 돌아갔다.
이 일은 결국 하수혁 귀에도 들어갔다. 아이를 잃은 사실도, 그리고 박은영이 병마와 싸우고 있다는 사실도 모두 알게 되었다. 하수혁은 박은영이 언젠가는 숨길 수 없으리라 짐작했지만 그래도 자신보다는 침착할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허겁지겁 달려온 하수혁은 이미 눈가가 붉게 젖어 있었다. 박은영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책망과 안쓰러움이 뒤섞여 있었다.
결국 하수혁이 이를 악물고 내뱉은 말은 단 하나였다.
“은영아, 넌 아직도 우리를 친구라고 생각하니? 친구가 뭐 하는 거라고 생각해? 너 혼자 그렇게 버티는 게 잘하는 거야?”
박은영은 병색이 짙어 대답조차 할 수 없었다. 하수혁은 애써 분노를 억누르며 몇 차례 심호흡했지만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 앞에서 무너질 듯 흔들렸다.
“지금 당장 모든 일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