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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9화

박은영은 고개를 숙여, 유태진이 자기 손목을 붙잡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은 침착해 보였지만, 입가에 번진 옅은 미소는 어쩐지 낯설었다. 그 웃음이 무엇을 감추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잠시 정적이 흐른 뒤, 유기태가 소리 내어 웃으며 고개를 기울였다. “은영 씨, 이거 좀 보세요. 태진이는 여전히 은영 씨 곁을 지켜주고 있네요. 하지만 저는 몇 년이나 곁을 비웠으니... 은영 씨에게 낯설게 느껴질 수밖에 없겠지요.” 이금희가 맞장구치듯 말을 보탰다. “그래, 은영이가 태진이와 결혼한 게 한 1년쯤 됐을 때였지? 그즈음 기태네 가족이 전부 해외로 나갔으니, 벌써 3년은 못 본 셈이네.” 유씨 가문의 사업은 여러 나라에 뻗어 있었는데, 투자 또한 지역마다 나눠 관리하는 방식이었다. 그때 심민주가 부드럽게 웃으며 박은영을 바라보았다. “전에 어머님께 은영이 얘기 들었을 땐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그전까진 전혀 티도 안 냈잖아. 그런 큰일을 그렇게까지 꽁꽁 숨기다니.” 이금희는 보약을 챙기러 몸을 돌리면서도 자랑스럽게 덧붙였다. “은영이는 본래 욕심내거나 조급해하는 아이가 아니란다. 그저 윗사람 뜻을 따라 숨겼을 뿐이지, 스스로 원해서 그런 건 아니야.” 그때 이효정이 들어왔다. 심민주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형님은 참 복도 많으세요. 이렇게 좋은 며느리를 얻으셨으니 집안 체면이 얼마나 서는지요. 금수저 아가씨야 흔하지만, 은영이 같은 인재는 국보급이잖아요.” 이효정은 가볍게 흘겨보며 대답했다. 당시 유씨 가문에서 경쟁 구도는 유태진과 유기태 둘뿐이었다. 그 중요한 시기에 유태진이 배경 없는 박은영을 맞아들였으니, 집안에 득 될 게 없다는 시선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심민주 역시 속으로는 못마땅했지만, 겉으로는 오히려 반기는 듯 굴며 상황을 부추겼던 기억이 선명했다. 그런데 지금은 태도를 바꿔, 마치 예전부터 박은영을 인정해 왔다는 듯 돌려 말하고 있었다. “그러게. 태진이가 집안 배경 없는 은영이를 아내로 삼았을 때, 올케 얼굴빛이 썩 달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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