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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9화

박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보시는 그대로예요.” 배서훈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을 이었다. “은영 씨도 잘 아시겠지만, 이번 일은 유 대표님 쪽에도 영향을 줄 거에요. 윗선에서도 중점적으로 다룰 거고, 앞으로 신뢰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합니다.” 박은영은 이미 그 점을 충분히 예상했다. 이번 사건은 그녀에게만 국한되지 않았다. 데이터 문제는 곧 유태진에게도 파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배서훈이 그녀를 바라보며 불쑥 물었다. “혹시 유 대표님과 사이가 좋지 않으신 건가요? 지난번 은영 씨가 유산 얘기를 하셨을 때, 제 눈에는 크게 슬퍼하는 기색이 보이지 않았어요. 혹시... 유 대표님이 예전에 은영 씨 마음을 크게 다치게 해서, 그래서 이번에도...” 박은영은 그 말에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외부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품을 만한 의문이었다. 과거 서연주가 있었을 때, 두 사람은 지금처럼 화목한 부부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여전히 둘 사이를 의심하는 이들이 많았다. “제가 감정에 휘둘려서 이번 기회를 이용해 태진 씨를 끌어내리려 했냐는 말씀이죠?” 박은영은 단도직입적으로 되물었다. 배서훈은 입술을 다문 채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은영 씨가 그럴 분이 아니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유 대표님 쪽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박은영은 이미 이런 시선을 예상했다. 아이 문제로 사이가 틀어졌다는 걸 아는 이들이라면 누구든 비슷한 의심을 품을 터였다. 그녀는 속으로 씁쓸하게 웃었다. 어제는 하수혁이 유태진이 복수하는 게 아니냐고 했고, 오늘은 배서훈이 박은영을 의심 할 수 있다고 했다. 결국 이 사건은 서로를 불신하게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이성이 조금만 흔들려도, 신뢰는 순식간에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 상황은 그녀에게도, 유태진에게도 모두 불리했다. “그럴 리 없어요. 그래도 걱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박은영은 더 이상 깊게 설명하지 않고 정중히 선을 그었다. 그제야 배서훈은 의자에 몸을 기댄 채 한숨을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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