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화
허윤정은 분명 웃고 있었지만 그 눈매에는 오만함이 한껏 담겨있었다.
박은영은 입술을 꾹 다문 채 차가운 표정으로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엄마를 배신하고, 엄마의 인생을 나락까지 몰고 간 그 여자에게 웃어줄 마음은 없었다.
정하늘은 어딘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른이 말을 걸면 대답을 해야지?”
하지만 김정한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허윤정이 감정에 솔직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대놓고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차갑게 대한다는 것은 분명 상대가 그녀에게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했다.
이를테면 의 친구인 자신들 말이다.
“괜찮아요, 원래 성격이 저런 애라. 신경 쓰지 마요.”
허윤정은 어른스럽게 옛날 일은 다 잊었다는 듯 너그럽게 말했다.
“오늘은 집들이 파티할 건데, 같이 갈래요?“
박은영은 무표정한 얼굴로 옆에 서 있던 을 바라보았다.
그가 미래의 장모님을 위해 거처까지 마련해준 것은 분명한 사실 같았다.
생각할수록 어딘가 아이러니했다.
엄마에게 그런 짓까지 저질러놓고 이제 와서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뻔뻔하게 구는 허윤정이 우습게만 느껴졌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정말 참된 어른인 줄로 오해할 법한 행동이었다.
박은영은 파티장을 한 번 훑어보았다.
오가는 사람들은 모두 비즈니스 분야에 종사하는 인물들이었다.
고급지게 꾸며놓은 파티장은 허윤정의 체면을 지켜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과 함께 살던 3년 내내, 그는 단 한 번도 자신의 외할머니와 삼촌에게 이런 대우를 해준 적이 없었다.
박은영은 유태진의 차 안에 있던 다른 선물 상자를 떠올렸다. 그건 분명 허윤정과 서연주 모녀를 위해 특별히 준비해둔 선물일 것이다.
“우리 은영이는 너무 바빠서 첩이랑 억지로 화목한 척하는 연극 따윈 할 시간이 없거든요. 그럼 우린 이만 가 볼게요.”
웃는 얼굴로 걸어온 심가희는 박은영의 팔을 잡더니 가소롭다는 눈빛으로 허윤정을 빤히 쳐다보았다.
허윤정은 기분 나쁘다는 듯 인상을 구겼다. 곱씹을수록 방금 심가희가 내뱉은 말이 참으로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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