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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0화

그 말에 심가희의 눈빛 속에 남아 있던 잔잔한 빛이 사그라들었다. 목구멍이 꽉 막혀 숨조차 제대로 고르기 힘들었다. 무슨 감정인지는 설명할 수 없었다. 겉보기엔 아무 문제도 없는 순간이었는데, 이상하게도 마음 한켠이 촘촘히 찔려오는 듯했다. 그녀는 심준영이 그렇게 담담하게 잃어버렸다는 말을 내뱉을 줄은 몰랐다. 그 말투에는 아무런 감정이 실려 있지 않았다. ‘부적은 처음부터 준영 씨에게 중요하지 않았던 거였어...’ 게다가 그는 그녀가 그 부적을 어떤 마음으로 건넸는지, 그걸 얻기 위해 어떤 고생을 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부적을 건네주던 날... 그는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었다. “가희 씨, 바보 아니에요? 이런 게 무슨 소용이 있다고 그런 고생을 해요.” “제 마음이에요. 진심은 하늘도 감동하게 한다잖아요. 분명 준영 씨를 지켜줄 거예요.” 그녀는 아직도 그 순간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심준영의 눈빛엔 분명 부드러움이 있었다.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그날만큼은 조금 달랐다. 그녀는 분명 그 미세한 온기를 느꼈다. 하지만 이제, 그 부적은 사라졌다. 그녀는 룸미러에 달린 토끼 모양 키링을 한참 바라봤다. ‘연보랏빛 털, 둥근 귀, 리본... 누구 건지 알 것 같네.’ 심준영이 시동을 걸자 엔진의 진동이 고요한 공기를 살짝 흔들었다. 잠시 침묵이 흐르다, 심가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 토끼 키링 내려줄 수 있어요? 저는 저런 스타일 별로 안 좋아해요. 준영 씨랑도... 안 어울리고요.” 그녀는 누가 단 것인지 묻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그저 자신의 마음만 분명히 표현했다. “키링이 그렇게 거슬려요?” 그의 목소리엔 아무런 감정도 실려 있지 않았다. 하지만 심가희는 느꼈다. 그가 이렇게 묻는 건 결국 내릴 생각이 없다는 뜻이라는 걸. ‘내가 괜히 예민하게 구는 걸까?’ 어차피 다들 심준영과 심지은이 남매처럼 가깝다고 말한다. 그런데 자신만 이런 사소한 걸로 흔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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