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90화
심가희는 의자 위에 두 다리를 꼬고 앉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컵라면을 후루룩 들이켰다.
그녀는 슬쩍 상황을 살피더니, 슬리퍼를 갈아신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았어, 알았어. 둘이 통화 좀 해야지? 내가 눈치껏 빠질게.”
심가희는 컵라면을 들고 손을 한 번 흔들더니, 베란다로 나가 버렸다.
박은영은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
그리고 노트북 옆에 휴대폰을 세워 각도를 맞춘 뒤, 통화 버튼을 눌렀다.
잠시 후, 화면 속에 유태진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녀는 짧게 눈길을 주고는 곧바로 문서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 시간까지 안 자요? 거기는 지금 새벽 한 시쯤일 텐데요.”
유태진은 서재로 보이는 공간에 앉아 있었다.
그는 휴대폰을 탁자 위에 내려놓으며,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무사히 도착했는지도 모르는데 내가 어떻게 자. 근데 넌 도착했으면, 연락 한 통이라도 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박은영은 문득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사실 처음에는 시간이 너무 늦어서, 괜히 방해가 될까 봐 아침에 이야기하려고 했었다.
게다가 그녀는 오랫동안 혼자 일하는 데 익숙했다.
아직 사고방식이 완전히 바뀌지 않아서, 가끔은 이런 작은 실수나 빈틈이 생기곤 한다.
그 점은, 그녀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미안해요.”
짧지만 진심이 담긴 사과였다.
“그래도 솔직한 건 여전하네. 몸은 괜찮아? 환경은 어때? 불편한 데 있으면 꼭 말해. 내가 바로 의료팀 보내줄게.”
“그럴 필요 없어요. 전 일하러 온 거지, 휴양하러 온 게 아니에요.”
유태진은 그녀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넌 뭐든 혼자서 버티려 하지. 결국 나만 속 태우잖아.”
박은영이 고개를 돌리는 순간, 화면 속 유태진은 이미 셔츠의 단추를 모두 풀고 있었다.
상의가 천천히 벗겨지며 그의 동작이 느릿하게 이어졌다.
그 순간, 단단하게 잡힌 근육의 윤곽이 조명 아래 고스란히 드러났다.
박은영은 그 화면을 보고 멈칫했다.
“태진 씨, 지금 뭐 하는 거예요!”
그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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