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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6화

심가희가 그 말을 내뱉을 때,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눈가에 맺힌 눈물 속에는 고집과 간절함이 동시에 깃들어 있었다. 더는 물러설 곳이 없는 사람처럼, 그녀는 이미 모든 걸 걸고 있었다. 심준영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입술을 꾹 다문 그는, 놀람과 당혹, 그리고 믿기 어려운 감정이 뒤섞인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심가희는 깊게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손등으로 눈가의 눈물을 훔치며 입을 열었다. “준영 씨, 저 지금 장난치는 거 아니에요. 저는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해요. 그러니까... 제발 부탁드려요.”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지만, 그 속에는 절박함이 서려 있었다. 심준영을 포기한다는 건 심가희에게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녀가 이렇게까지 말하는 이유는 단 하나, 박은영 때문이었다. 지금 이 순간, 그녀의 생사는 알 수 없었다. 신호가 끊긴 지역에서는 연락조차 닿지 않았다. 이 나라에서 돌발 사태는 낯설지 않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그녀는 더 이상 ‘운’을 믿을 수 없었다. “준영 씨... 저, 당신한테 뭐 해달라고 한 적 없잖아요. 이번 한 번만, 단 한 번만... 이 약혼을 깨는 걸로 제 부탁 들어줘요.” 사실, 심가희도 알고 있었다. 그의 마음은 이미 자신에게서 멀어졌다는 것을. 다만, 그 사실을 인정할 용기가 없었을 뿐이다. 그녀가 다쳤을 때조차 돌아보지 않던 그 무심함이 지금에 와서 모든 답이 되었다. 심준영은 붉게 충혈된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 안에는 체념과 슬픔, 그리고 묵묵한 결심이 뒤섞여 있었다. 그는 오래도록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침묵을 이어갔다. 그때, 뒤쪽에서 지상호가 다가왔다. “준영아, 그건 좀... 무리야. 이건 개인 판단으로 움직일 수 있는 일이...”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요.” 심준영은 그 말을 남기고 그녀를 흘깃 바라본 뒤, 돌아서 나섰다. 심가희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지상호도 당황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준영아! 너, 진짜 가는 거야?” 그제야 정신이 든 심가희는 몸을 돌려 그가 간 방향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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