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57화
유나연에게 돌아오는 것은 침묵뿐이었다.
그녀는 산후 우울증에 걸린다면 그건 박은영이 아니라 자신일 거라고 생각했다.
...
유태진과 박은영은 정말로 영화를 볼 계획이 있었다.
하지만 중간에 식사 약속이 하나 잡혔다.
하수혁이 만든 자리였다.
두 사람이 도착한 후 심가희도 헐레벌떡 뛰어왔다.
심가희는 문에 들어서자마자 뜨거운 물 잔을 붙들고 목구멍으로 들이부었다.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져서 차에서 내리는데 몸이 다 떨리더라.”
심가희는 손을 비비고는 박은영의 목도리를 정리해 주고 있는 유태진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혀를 찼다.
“너희 둘 연애 제대로 하네. 오래된 부부가 아주 꼴값이야.”
박은영은 그저 웃기만 할 뿐 말이 없었다.
유태진이 무심하게 눈을 들었다.
“뭐, 그럭저럭. 이것도 자제하는 중이야.”
심가희는 참지 못하고 눈을 흘겼다.
예전엔 유태진이 이렇게 잘난 척하는 인간인 줄 미처 몰랐네.
“왜? 부럽냐?”
하수혁이 들어오며 다짜고짜 심가희의 뒤통수를 때렸다.
심가희가 머리를 감싸 쥐고 그를 쏘아붙였다.
“부러우면 어쩔 건데요? 오늘 제가 룸 잡고 남자 여덟 명 불러서 차 따르고 물 따르고 안마까지 다 시킬 거거든요!”
박은영이 입을 삐죽 내밀었다.
하수혁이 즉시 심가희를 힐끗 쳐다보았다.
“말만 하고 실행도 못 하는 종이호랑이 주제에.”
“...”
“틀린 말은 아니네요.”
박은영이 하수혁과 눈을 맞추며 깊이 공감했다.
심가희는 그저 입만 거칠 뿐 속은 누구보다 순진해서 허세 부리는 게 특기였다.
“에이, 지금 저 흉보는 자리 아니거든요? 다들 초점 좀 제대로 맞추시죠.”
심가희가 불만스럽게 테이블을 쳤다.
하수혁은 그제야 어깨를 으쓱하며 의자 등받이에 기댔다.
“우리 아버지가 나더러 선을 보라고 하시네.”
그 말은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진 격이었다.
박은영조차 놀랐다. 하태민 어르신께서 벌써 결혼하라고 닦달하신다고?
유태진은 이런 화제에 별로 끼어들지 않았다. 그는 하수혁 정도 되는 인재가 상식적으로 그리 오래 싱글로 지낼 리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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