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3화
‘그런데... 날 좋아한다고?’
그제야 그녀는 하수혁이 왜 단 한 번도 연애하지 않았는지, 왜 일 외에는 아무것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는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 이유가 자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심가희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잠깐만요... 그럼 언제부터 저를 노리고 있었던 거예요?”
하수혁은 피식 웃었다.
“글쎄... 몇 년 전 학교에서 네가 밤새 논문 쓰던 날, 아침 햇살이 얼굴에 비친 순간이었나?”
“네? 그때요?”
심가희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제 미모에 반했다는 말씀이세요?”
하수혁은 고개를 돌리며 미소 지었다. 그 웃음에는 장난기가 섞여 있었다.
“아니. 그날 네 쌍꺼풀 테이프가 햇빛을 받아 반짝이더라, 꼭 원숭이 눈꺼풀 같았어. 대단하다고 생각했지.”
“하... 문 열어요. 저 내릴 거예요.”
하지만 차는 이미 구청 앞에 멈춰 서 있었다.
하수혁은 순식간에 팔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감싸안은 채 구청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기세에, 심가희는 도망칠 틈을 놓쳤다.
...
구청 안.
하수혁은 모든 서류를 이미 준비해 왔다.
그는 탁자 위에 서류를 올려놓고 그녀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가희야, 너 나보다 더 괜찮은 남자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심가희는 눈을 깜빡이며 머뭇거렸다.
“그건... 글쎄요, 세상일은 모르죠.”
“하.”
그는 그녀를 앞으로 끌어당기며 말했다.
“나이 스물여덟, 연애 경험 제로. 전 여자 친구도 없고, 비밀 관계도 없어. 이 정도면 삼십 대 초반 시장에서도 찾기 힘든 사람이잖아?”
하수혁의 말투는 가볍게 농담처럼 들렸지만, 그 눈빛만큼은 놀라울 만큼 진지했다.
이제는 돌려 말할 생각이 없었다.
심가희에게는 이 모든 상황이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심준영 때문에 가슴이 아팠고 분했는데 지금은 슬픔보다 현실의 속도에 압도당했다.
그녀는 믿기지 않는 듯 작게 중얼거렸다.
“우리... 잘 살 수 있을까요?”
친한 오빠가 하루아침에 남편이 되어버렸다.
심가희의 머릿속은 이미 친한 오빠가 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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