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7화
심가희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엔 모든 결심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이미 마음을 다 정리한 듯했다.
하지만 심준영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가희 씨... 제발, 그만해요. 다 제 잘못이에요. 이런 식으로 나한테 화내고 벌주지 마요. 그건 너무 가혹하잖아요.”
심가희는 메마른 목을 축이며 한 걸음 물러섰다.
“늦었어요. 이제 모든 게 늦어버렸다고요. 저는 준영 씨에게 기회를 줬어요. 수없이 줬죠. 그런데 준영 씨는 단 한 번도 제가 당신 삶에서 첫 번째라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준영 씨는 늘 당연하다는 듯 내가 준영 씨의 냉정함과 무시를 받아줄 거라 믿었죠. 내가 사랑하니까 아무 말 없이 다 견딜 거라고 생각했잖아요. 그렇게 준영 씨는 매번 지은 씨를 택했어요. 제가 얼마나 아팠는지 알면서도 ‘나중에 해결하자’, ‘지금은 어쩔 수 없다’며 늘 뒤로 미뤘죠. 그게 잘못인 걸 알았잖아요. 그런데도 저를 붙잡을 수 있다고 믿었죠. 제가 사랑하니까 떠나지 않을 거라고... 결국 준영 씨는 다 알고 있었어요. 단지, 저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을 뿐이에요.”
심가희는 알고 있었다.
심준영이 자신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던 건 아니라는 걸.
그는 분명 그녀를 신경 썼다. 다만,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
‘가희 씨는 날 사랑하니까, 알아서 이해해 줄 거야.’
심준영은 늘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달래야 할 때도, 관계를 붙잡아야 할 순간에도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고 여겼다.
그렇게 그녀의 사랑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 끝에 그 믿음은 서서히 오만함으로 변했다.
그녀가 꺼낸 말은 그가 오랫동안 의식적으로 외면해 온 진실을 정곡으로 찔렀다.
심준영은 목소리를 눌러가며 조급하게 변명을 내뱉었다.
“그건... 그건 그때 지은이가 다쳤기 때문이에요. 그 일은 가희 씨가 스키장에서...”
그 말이 끝나자, 심가희의 머릿속에서 지금까지의 조각들이 하나로 맞물렸다.
모든 게 그제야 선명하게 이어졌다.
그녀는 심지은이 몇 년 전 다쳤다는 건 알고 있었다.
스키장 뒷산에서 사고를 당했다는 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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