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0화
심준영은 제대한 뒤, 경운시 계열사로 발령을 신청했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가까운 거리에서 심가희를 지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 사실은 하수혁에게 적잖은 충격이었다.
그는 며칠 동안 심가희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봤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평온했다.
잘 먹고, 잘 자고 그와 함께 사소한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었다.
그들의 관계는 부부라기보다는 서로에게 익숙한 친구에 가까웠다.
그런데도, 심가희는 심준영의 이름 앞에서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
누군가 그의 이름을 꺼내도, 그저 심드렁하게 “아, 그래?” 하고 말끝을 흐릴 뿐이었다.
심가희는 가끔 스스로 생각했다. 어쩌면 자신은, 박은영과 참 닮았다고.
가치 없는 사람에게 더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필요한 결단은 빠르게 내리고 한 번 내린 결정에는 후회하지 않는다.
붙잡지도, 미련을 두지도 않는다.
그녀는 이미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그 고통은 한 번의 불길처럼 타올랐다가 이제는 완전히 사그라들었다.
그 불길 속에서 그녀는 다시 태어났다.
...
심가희의 시선이 옆으로 향했다.
하수혁은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항공우주공학 논문을 펼쳐둔 채, 밤새도록 같은 페이지를 넘기고 또 넘겼다.
하지만 단 한 줄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의 시선이 멈춘 곳에는 ‘심준영, 경운시로 발령’이라는 짧은 기사 제목이 떠 있었다.
심가희는 조용히 초콜릿을 베어 물었다.
요즘 그들 부부는 감정을 다지는 단계에 있었다. 오랜 친구에서 부부로 넘어가는 일에는 시간이 필요한 법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수혁의 마음은 이미 충분히 전해졌다.
그가 얼마나 신경 쓰고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질투하고 있는지...
심가희는 초콜릿을 오도독 깨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가 움직이자, 하수혁이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그 시선을 느끼고 피식 웃었다.
일부러 장난스럽게 다가가 책상 모서리에 몸을 기대더니, 발끝으로 그의 다리를 살짝 건드렸다.
“오빠.”
하수혁은 아무렇지 않은 척 논문을 넘겼다.
“왜.”
“저, 딱 한 마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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