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0화
하지만 박은영은 가만히 쉬고만 있지 않았다. 엄마의 3주기 제사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에 대해 꼼꼼히 생각해 두었다.
외할머니 역시 이번 3주기를 꽤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고, 3년제는 고인을 진정으로 떠나보내는 의식이었던지라 어른들은 그 어느 제삿날보다 각별히 챙기는 날이었다.
아직 3주기까지 2주 정도 남은 지금, 준비할 시간은 충분했다.
점심 무렵, 하수혁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오늘 노인네가 겉으로는 계속 대충 흘려듣는 척했는데, 비전 그룹 프로젝트 어디까지 진행됐냐고 물어보더라. 너 복귀 하면 어떤 방향으로 잡을 건지 궁금해서 전화해봤어. 자료 좀 정리해서 보내줄래? 그 양반, 분명 못 참고 열어볼걸.”
지금이 절호의 기회였다.
자신의 역량을 보여줄 수만 있다면 완고한 하태민의 마음도 조금은 풀 수 있을 것이다.
박은영도 긴장되기 시작했다. 예전엔 진심으로 그분의 대학원생으로 들어가고 싶어 열심히 준비했었지만 주위 상황을 모른 척할 수 없었던 성격 탓에 유 씨 가문에게 얽혀 모든 걸 잃게 되었다.
박은영은 망설임 없이 자신이 준비해온 모든 기획 문서와 자료를 하태민 교수의 이메일로 전송했다.
밤 8시가 다 되어가던 무렵, 박은영은 하태민 교수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긴장된 마음에 꽉 쥔 주먹에는 땀이 맺혀 있었다.
수화기 너머에서는 한동안 아무 말도 들려오지 않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들려오는 것은 코웃음 소리였다.
“벙어리야? 왜 말을 못 해?”
박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자신이 너무 미워졌다. 그녀는 한껏 기죽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런 게 아니라요...”
“됐어. 비전 프로젝트 기획안은 다 확인했다. 복귀 첫 프로젝트치고는 꽤 괜찮더라.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이 업계는 변화가 아주 빠른 곳이야. 네가 다시 자리를 잡으려면 하루 이틀로는 부족해.”
만약 지난 3년이라는 시간을 헛되이 낭비하지만 않았더라면 지금쯤 더 높은 위치에 있었을 것이다.
천재는 많지만 영재는 드물었다.
하태민 교수는 늘 박은영에게 큰 기대를 걸어왔다.
그녀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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