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화 화목한 세 식구

주이찬은 유수진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 깊은 눈빛 속에는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그는 유수진의 손을 밀어내고 노트북을 옆으로 치워둔 채, 한동안 침묵했다. 아무 대답도 없었다. 유수진은 그걸 동의로 받아들였지만 가슴은 여전히 요동쳤다. 그녀는 목소리를 낮추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일이 중요한 거 알아. 지금 그 자리에 있으면 얼마나 많은 일을 감당해야 하는지도 알아. 그래도 몸부터 챙겨야지.” “넌 너무 오지랖이야.” 주이찬은 차갑게 비웃었다. “이미 결혼했으면 다른 남자 일에 신경 꺼.” 유수진은 입을 열었지만 뭐라고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녀에게 주이찬은 단 한 번도 ‘다른 남자’가 아니었다. 주이찬은 유수진의 첫사랑이었고 아이의 아빠였다. 고개를 숙인 유수진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녀의 온몸에 회색빛이 감도는 듯했다. 주이찬은 더 날카로운 말을 내뱉을 수 있었지만 그녀가 상처 입은 걸 알아차리자 그 가혹한 말은 끝내 삼켜졌다. 차가 문드래곤 엔터 앞에 도착했다. 유수진은 내리면서 도지후에게 한마디 당부했다. “꼭 병원에 데려가. 지금 두 시라 딱 좋아. 조금만 늦으면 번호 못 뽑고 오래 기다려야 해.” 뒷좌석에 앉은 주이찬의 눈빛이 순간 흔들렸다. 차가운 기운은 많이 누그러졌다. 도지후는 침묵하는 주이찬을 보며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아마 병원엔 가지 않을 듯했다. 하지만 도지후는 유수진의 단호한 눈빛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노력할게.” “노력만 하지 말고 안 가면 나한테 전화해. 내가 가서 두들겨 패버릴 거니까.” 말을 마친 유수진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이찬을 노려봤다. 주이찬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도지후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주이찬에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유수진밖에 없을 것이다. “엄마!” 유수진이 또다시 강조하려던 순간, 애교 섞인 앳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김경숙이 연우를 데리고 문드래곤 엔터 문 앞에 서 있었다. 작은 아이는 짧은 다리로 재빠르게 달려왔다. “조심해.” 유수진은 황급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