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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셋째 날 저녁, 진도윤이 두 아이를 데리고 돌아왔다.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그는 드물게 먼저 해명했다. “시은이는 어릴 때부터 통증에 민감해서. 우리가 먼저 시은이를 병원에 데려다준 거야.” 진서진도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맞아요. 엄마는 시은 이모보다 훨씬 강하니까 저희가 필요 없잖아요...” 진유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시은 이모는 너무 여려서 저희의 보호가 필요해요.” “됐어.” 강인아는 그들의 말을 끊었다. “설명할 필요 없어.” 그녀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모든 해명은 결국 그들이 심시은을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꼴이었다. 예전이라면 그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견딜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웠겠지만 지금은 아무렇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녀는 더 이상 그들을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의 지나치게 평온한 모습에 진도윤은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꼈다. 그는 상황을 만회하고 싶은 마음에 다시 입을 열었다. “오늘 밤에 유성우가 내린대. 산 정상에 데려가서 보여줄게.” “됐어.” “심통 부리지 마.” 진도윤은 두 아이를 힐끗 보며 말했다. “엄마 옷 갈아입는 거 도와드려.” 진서진과 진유진은 즉시 양쪽에서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엄마, 가요!” 강인아가 억지로 차에 태워지고 나서야 심시은도 함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인아야, 너무 기분 나빠하지 마.” 심시은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어둠을 무서워해서 도윤이가 나 혼자 집에 있는 걸 불안해해...” 진도윤은 곧바로 말을 이었다. “시은이는 야맹증이 있어서 밤에 혼자 있으면 무서워하거든.” 두 아이도 왁자지껄하게 거들었다. “시은 이모, 너무 불쌍해요.” 강인아는 피곤한 듯 눈을 감았다.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았다. 가는 길 내내 진도윤과 두 아이는 심시은에게만 따뜻하게 말을 걸고 안부를 물었다. 좌석을 조절해 주고 담요를 건네고 과일을 먹여주며 그녀가 조금이라도 불편할까 안절부절못했다. 심시은은 수시로 강인아를 힐끗 바라보며 그녀의 얼굴에서 질투나 분노를 찾고 싶어 했다. 그러나 강인아는 그저 조용히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이 모든 일이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듯이. 산 중턱에 도착하자 차에서 내려 걸어가야 했다. 그때 심시은이 갑자기 발을 헛디뎌 비명을 질렀고 강인아의 손목을 세게 잡아당겼다. 두 사람은 함께 비탈길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인아야! 시은아!” 진도윤과 두 아이는 허둥지둥 달려 내려왔다. 심시은은 손바닥에 약간의 찰과상을 입었을 뿐인데도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반면 강인아는 돌에 부딪혀 정강이가 날카로운 바위에 찢어졌다. 상처는 길게 벌어졌고 피가 순식간에 바지를 붉게 물들였다. 그녀의 얼굴은 종잇장처럼 창백해졌다. “먼저 시은을 데리고 돌아갈게.” 진도윤은 단호하게 말했다. “인아야, 조금만 더 버텨. 구조대를 부를 테니까.” 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심시은을 안아 들었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떠났다. 진서진과 진유진은 잠시 망설였다. 피가 흐르는 엄마의 다리를 바라보다가 아빠의 품에 안긴 심시은을 바라본 뒤 결국 두 사람을 따라갔다. 강인아는 차가운 비탈길에 누운 채, 그들의 뒷모습이 밤빛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밤새도록 기다렸다. 그러나 돌아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새벽녘, 강인아는 이를 악물고 상처 입은 다리를 질질 끌며 조금씩 길가로 향했다. 지나가던 차를 붙잡아 병원으로 향했고 상처를 치료한 뒤 곧장 가정법원으로 갔다. 이혼 확인서가 손에 쥐어졌을 때, 그녀는 그 위에 새겨진 글자를 바라보며 해방감을 느꼈다. 별장으로 돌아왔을 때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진도윤과 아이들은 여전히 병원에 머물며 심시은의 ‘종합 검진’을 돕고 있었다. 강인아는 진도윤의 이혼 확인서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그 옆에 쪽지를 남겼다. [여길 떠날 거니까 찾지 마. 난 더 이상 당신들이 필요하지 않으니까.] 그리고 그녀는 미리 싸 두었던 여행 가방을 들었다. 5년 동안 그녀를 가두어 두었던 감옥을, 뒤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그녀의 뒤로는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었고 그녀의 앞에는 진도윤도, 진서진도, 진유진도 없는 완전히 새로운 인생이 펼쳐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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