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9장
게다가 그 유명한 지일심과 4대 종사조차 그에게 공손한 태도를 취하면서 이진영을 경외했었다. 심지어 친아들인 지천명의 무릎을 꿇게 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었다.
이진영이 정말 대단한 인물이라고 생각한 정금규는 일이 끝난 후에 지일심에게 그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었다.
정금규는 이진영의 진짜 신분을 아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다. 그는 자신이 마주보고 있는 사람이 이진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심경이 아주 복잡해졌다. 그는 구멍이라도 있으면 머리를 박고 구멍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정 선생, 또 뵙네요.”
이진영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 말에 정금규는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네… 네.”
“저번에 한 번 붙었는데 승패가 안 난 것 맞죠? 기왕 이렇게 된거 오늘 승부를 겨루고 생사를 결정지읍시다.”
이진영의 눈동자에 한 줄기 차가운 빛이 반짝였다. 그러자 정금규는 깜짝 놀라서 온몸에 솜털이 곤두섰다. 이진영이 바로 이곳에서 승패와 사활을 가리고, 여기서 끝장을 보자고 하는 것인데, 어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니요. 저는 패배를 인정합니다. 전 이 선생의 상대가 되지 못합니다. 그런데 무슨 승패를 가릴 필요가 있겠습니까?”
등골이 서늘해진 정금규는 주먹을 쥐고 허리를 굽혀 패배를 인정했다.
정금규의 갑작스러운 변덕에 양주헌은 미처 예상치 못했던지 그만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그는 어안이 벙벙할 정도로 깜짝 놀랐다. 안정숙과 유정희 역시 조금 전의 대화를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왜 싸우기도 전에 패배를 인정하는 거예요? 이왕 집에 발을 들여놓았으니 우열을 가려야죠.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이 납득하지 못할 겁니다.”
이진영은 정금규에게 일말의 사념을 품었었다. 정금규 역시 이진영의 말에서 살기를 느끼고는 이내 한쪽 무릎을 꿇었다. 무술을 연마하는 사람에게 무릎을 꿇는 건 패배를 인정하는 최고의 예를 올리는 것이었다. 그는 그 어떤 존엄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 선생님, 당신은 실력이 아주 뛰어나 저 정금규가 승복하고 있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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