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화
강윤오의 말 한마디가 한예빈의 모든 방어 본능을 건드렸다.
하필 지금 그가 주경 그룹의 법률고문이 된 상황에서 한여음에 대해 묻다니, 대체 무슨 의도일까?
정말로 아이의 퇴원 날짜가 궁금해서였을까, 아니면 주인호를 대신한 탐색이었을까.
한예빈은 후자라고 생각했다.
심장이 단숨에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그녀는 재빨리 차에서 내려 몸을 곧게 세웠지만, 끝내 뒤돌아보지는 않았다.
“제 딸 퇴원 날짜는 고문 변호사님께서 신경 쓰실 일이 아닙니다. 오늘은 면회 기회 만들어 주신 것도, 집까지 데려다주신 것도 감사합니다.”
한 번 숨을 고른 뒤 최대한 차분하고 멀어진 어조로 말을 이었다.
“빚은 최대한 빨리 갚겠습니다. 그리고 제 오빠 사건은...”
잠깐 멈춘 목소리에 본인도 숨기지 못한 미세한 떨림과 간청이 섞였다.
“예전의 인연을 봐서라도 한 번만 봐 주세요. 제 오빠는 정말 무고합니다.”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더 머물지 않았다.
강윤오의 어떤 대답도 기다리지 않은 채 ‘쾅’ 하고 차 문을 닫고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강윤오는 꼿꼿한 등을 세운 채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
‘고문 변호사 라니?’
주경 그룹과의 협력을 알게 된 걸까?
그는 휴대폰을 꺼내 확인했고 역시나 주경 그룹이 자신을 법률고문으로 공식 발표했다는 속보가 떠 있었다.
분명 발표는 이틀 뒤로 미뤄 두기로 했는데 주인호가 또 무슨 짓을 벌이는지 알 수 없었다.
...
한예빈이 집 문을 열자 따뜻한 불빛과 음식 냄새가 한꺼번에 밀려왔다. 하지만 몸에 밴 냉기는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소파에서 일어나 그녀를 보던 정은서가 바로 다가왔다.
“예빈아, 얼굴이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아니야, 그냥 좀 피곤해서.”
한예빈은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
“왜 아직 안 자고 있어?”
외투와 가방을 내려놓고 세면대로 향하자 정은서가 뒤따라왔다. 표정엔 걱정이 가득했다.
“오빠 상황이 많이 안 좋아?”
“그건 아니야.”
교도소에서 본 오빠의 얼굴이 떠오르며 목소리에 옅은 콧소리가 섞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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