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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그래, 내가 말이 안 통해.” 강윤오는 태연하게 인정하며 그녀를 똑바로 바라봤다. “너만 보면 이렇게 돼. 타.” 그 말에 한예빈은 마음이 어지러워졌다. 결국 더 버티지 못하고 체념하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얼굴이 굳어 있는 임태우를 향해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태우 씨, 오늘은 정말 죄송해요. 괜히 번거롭게 해 드렸네요. 다음에 꼭 따로 사과드릴게요...” “괜찮습니다.” 임태우는 거의 일그러지다시피 한 웃음을 지었다. 차가운 시선이 강윤오를 스치고 지나간 뒤 그는 더 말하지 않고 돌아서서 자신의 차 문을 거칠게 닫았다. ... 차는 곧 도로 위로 올라섰고 차 안에는 묘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한예빈은 고개를 돌린 채 창밖만 바라봤다. 뒷좌석에 앉은 한여음은 삐친 엄마와 운전 중인 강윤오를 번갈아 보며 눈을 깜빡였다. 그때 휴대폰 진동음이 정적을 깨뜨렸다. 강윤오는 화면에 뜬 이름을 힐끗 보았다. 고민준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 그는 운전대에 달린 버튼을 눌렀다. “말해.” “지금 어디야?” 스피커를 통해 고민준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흘러나왔다. “안 대표 건 말이야, 피고 측 대리인이 만나자고 해. 피해자 상태도 보고 합의 가능성도 좀 얘기해 보자는데...” “못 가.” 강윤오는 담담하게 말을 잘랐다. “어?” 고민준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까 병원 간다길래, 난 당연히...” “개인적인 일 처리 중이야.” 강윤오는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그 건은 네가 대신 나가. 태도는 단호하게 기준은 분명히 하고. 합의는 가능하지만 지금 제시한 배상금으론 턱없이 부족해.” 그는 잠시 말을 고른 뒤 덧붙였다. “다음 주 개정 전까지 제대로 된 안이 안 나오면 법정에서 보자고 전해. 그리고...” 그는 몇 가지 주의 사항을 명확하게 지시했다. “그래... 알았어.” 고민준은 속으로 의아했지만 더 묻지는 않았다. “그럼 너는...” “끊을게.” 강윤오는 곧바로 전화를 끊었고 차 안은 다시 조용해졌다. 한여음이 고개를 쭉 내밀고 눈을 깜빡이며 또렷한 목소리로 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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