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6화
고아린은 얼마 지나지 않아 심은지가 국제적으로 이름난 화가 진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깜짝 놀란 고아린은 금세 눈을 반짝였다.
“은지 언니...”
이른 아침, 커피를 들고 들어오는 고아린이 심은지를 바라보는 눈빛이 더 환해졌다. 유수아에게서 진월의 정체를 듣고 난 뒤로, 고아린은 단숨에 팬이 되었다. 빨리 심은지와 가깝게 지내보겠다는 마음에 매일 아침 커피와 간단한 아침을 챙겨 왔지만, 심은지는 워낙 바빴고 사흘 중 겨우 반나절만 얼굴을 보았다.
그리고 고아린이 열정적으로 다가가자 심은지는 끝까지 차분하고도 냉담했다.
“은지 언니...”
그러자 심은지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고아린 씨, 나를 심 대표님이라고 불러. 심은지 씨도 괜찮고.”
심은지는 단호한 말투로 딱 잘라서 말했기에 정 없이 들릴 만큼도 했다.
그러자 고아린은 머쓱하게 웃었으나 기분은 별로 상하지 않았다. 워낙 대단한 스승은 제각각 성향이 있는 법이라고 자신을 달랬다. 무엇보다 함께 보낸 시간은 다 합쳐도 아직 스물네 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
심은지의 눈동자에 한순간 싸늘한 기운이 스쳤다. 고아린을 일부러 찍어 누르는 건 아니었다. 다만 언니라는 호칭이 심은지의 원치 않는 기억을 건드렸다. 언니라는 말을 들으니 심은지는 한서연이 떠올랐다. 태어나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뒤통수를 맞고 남은 상처였다.
“이 그림은 바탕색이 문제야.”
심은지는 시간이 빠듯했다. 고아린이 채색한 일러스트를 집어 들고 전문적인 용어로 세세한 문제를 짚어 주었다.
고아린은 숨소리를 줄이며 귀를 기울였다. 짧은 설명 몇 마디만으로도 자신이 놓친 문제가 또렷해졌다. 거의 끝에 다다랐을 때, 심은지는 고아린의 눈이 드디어 알겠다는 표정으로 바뀌는 걸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 순간에야, 자신이 또 오래된 습관을 드러냈다는 걸 깨달았다.
심은지도 가르치는 걸 싫어하는 건 아니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나머지는 개인 연습으로 채워.”
고아린은 막 감이 번쩍 트일 참이었는데 심은지가 말을 툭 끊었다.
“심... 심 대표님,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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