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제121화

심은지는 뒤에 누가 다가온 것도 모른 채 펜을 움직였다. 손이 움직이자 몇 가닥 선만으로 방 안의 침대와 스탠드가 스르르 드러났고, 아직 색칠도 하지 않았는데 화면은 이미 어둠과 빛, 두 가지의 세계로 나뉘는 듯했다. “한밤...” 고아린이 무심코 중얼거렸다. 국제 공모전에 낼 작품을 준비 중인 걸 알기에, 주제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낮은 목소리가 등 뒤에서 닿자 심은지는 몰입에서 천천히 빠져나왔다. 눈가가 촉촉했고, 펜은 허공에서 한참이나 멈춘 뒤에야 책상 위로 내려앉았다. “죄, 죄송해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 고아린이 당황해 변명했지만 사실 방금은 정말 그냥 무심결에 소리가 새어 나왔을 뿐이었다. “가서 하던 거 해.” “네.” 고아린은 뭐라고 더 해명하고 싶었지만 심은지가 변명을 싫어한다는 걸 알기에 조용히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또 민폐를 끼친 건가...’ 이런 생각이 들자 고아린은 금세 눈물이 고였다. 방해할 생각은 없었는데, 괜히 심은지의 영감을 끊어 버린 것만 같았다. 더원 디자인의 사무실은 한성 그룹과 달랐다. 책상은 구석에 조금 있을 뿐, 나머지는 이젤과 물감, 도구로 가득했다. 소리가 사라지자 공간도 함께 가라앉는 것 같았다. 심은지는 캔버스 위, 아기를 안고 있는 어머니의 실루엣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시선은 화면을 지난 6년 전으로 걸어갔다. 새벽 두세 시, 강은우를 품에 안고 조용히 토닥이던 날들, 그때는 강은우를 내려놓기만 하면 곧장 울음을 터뜨리던 시절이었다. 산후도우미는 두 번, 세 번 바뀌다 결국 그만두게 했다. 심은지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고 강은우도 심은지에게만 매달렸다. 남의 품에서는 목이 쉴 때까지 울어야 겨우 진정됐다. 그래서 산후조리가 끝나자마자 심은지가 직접 돌봤다. 밤이면 강우빈은 울음소리에 깬 강은우를 귀찮아했고, 한 번은 강은우를 차라리 본가로 보내자고 말하기까지 했다. 심은지는 그 말이 또 나올까 봐 두려워 한밤중에 수유는 일부러 다른 방으로 옮겨서 했다. 심은지는 수면도 망가지고 마음은 늘 비상 상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